자살예방 재점검 시급…지방은 '벼랑 끝'
AI에 자살 고민 털어놓는 청소년 9.1%
인구감소지역 25곳은 정신과 의사 '0명'
109 상담전화 절반은 응대 못 해
조기 발굴·치료·유족 지원 실행력 높여야
"재연락 동의제·자조모임 확대 등 대책 시급"
2026-10-20 17:31:37 ㅣ 2026-10-20 19:55:35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통해 인공지능(AI)·데이터를 활용한 자살 위험 조기 발굴과 정신건강 치료 접근성 강화 등 범정부 차원 대응을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과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AI와 정서적 대화를 나누는 청소년 가운데 자해·자살 고민을 털어놓는 사례가 확인되고, 인구감소지역 상당수는 정신과 의사 부족으로 의료 접근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살 예방 정책이 계획 수립을 넘어 실제 상담·치료로 연결하고 지역별 의료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구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자살 예방 전담 기관인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부실한 상담 응대와 고위험군·유족 관리 실태가 지적됐다. (출처=국가데이터처)
 
AI에 자살 고민 털어놓는 청소년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받은 ‘청소년의 AI 정서적 대화 이용 경험 조사’를 보면, 14~18세 응답자 229명 중 209명(91.3%)이 최근 3개월 내 AI와 정서적·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209명 중 19명(9.1%)은 자해·자살에 관한 생각이나 고민을 AI와 나눈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학업·진로 고민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응답자의 71.3%가 성적·학업·진로에 관한 부담을 말했고 가족·친구·연애 등 관계 고민도 35.9%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외로움·불안·우울 등 감정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는 응답은 24.9%, AI를 친구나 연인처럼 여기며 대화했다는 응답도 19.6%에 달했습니다. AI가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일부 청소년에게 정서적 대화 상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2025년 9월25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안전 펜스에 SOS생명의전화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인구감소지역 자살률 전국 평균 웃돌아"
 
지역 상황도 심각합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가데이터처·행정안전부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5년 기준 인구감소지역 92곳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평균은 32.1명이었습니다. 이는 비인구감소지역 평균 28.4명보다 3.7명 높은 수준입니다. 
 
인구감소지역 92곳 중 65곳(70.7%)은 자살률이 전국 평균인 27.8명을 웃돌았습니다. 문제는 정신건강 의료 인프라의 부족이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구 10만명당 정신과 의사 수 전국 평균은 8.37명이나 인구감소지역 92곳 중 63곳(68.5%)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전국에서 정신과 의사가 한 명도 없는 시·군·구 29곳 중 25곳(86.2%)은 인구감소지역으로 집계됐습니다. 자살예방 정책의 필요성이 큰 지역일수록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기반이 취약한 셈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정책위원회도 지난 12일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24년 인구 10만명당 29.1명이었던 자살률을 2030년까지 18.9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자살 예방 상담 응대율 47%·유족 지원 4% 불과"
 
하지만 대응 공백 문제는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습니다. 자살 예방 전담 기관인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부실한 상담 응대를 지적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현장 대응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목합니다.
 
특히 대표적인 자살 예방 상담 전화인 ‘109’의 응대율은 47.3%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최근 10년간 청소년 자살 사고가 2배 이상 증가하고 청소년·청년층이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문자 상담 서비스 인력은 15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20분 이상 대기하다가 상담을 포기하고 이탈한 인원에 대해서는 재단 측에서 통계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에 대한 허점도 질타했습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2026년 10월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 위촉식 및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립·은둔 청년의 75.4%가 자살을 생각했고 26.7%가 실제 자살을 시도했으나, 청년 대상 상담 703명 중 548명이 중간에 상담이 끊겨 중단 사유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김 의원은 “상담을 기다리다 나가거나 중간에 상담이 중단된 분들이야말로 실질적인 ‘고위험군’”이라며 “이들을 찾아내지 못하면 자살률을 줄일 수 없다. 미국(988 상담 전화)처럼 응대율·이탈률·대기시간을 공개하고, 상담 신청 시 ‘재연락 동의’ 절차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다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살 유족 지원에 대한 사각지대도 꼬집었습니다. 자살 유족은 일반인에 비해 자살 가능성이 22.5배나 높지만 현재 희망재단의 유족 지원 서비스를 받는 인원은 전체 유족의 4% 수준에 불과합니다. 
 
김 의원은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해외 사례처럼 유족 보호관 도입과 함께 유족끼리 서로의 고통을 보듬을 수 있는 ‘유족 자조 모임’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며 “복지부와 희망재단은 고위험군과 유족을 실질적으로 돌볼 수 있는 종합적인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정윤순 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자살 예방 상담 도중 이탈하는 고위험군 대책에 대해 “익명성 때문에 파악이 불가한 면이 있었는데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족 지원 확대 등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협의해 조속히 개선 대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6년 10월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