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제재·내홍, 잇단 잡음…K방산 호황의 그늘
LIG D&A ‘2년간 입찰 참가 제한’ 중징계
대외신인도 하락 등 K방산 악영향 불가피
‘KAI 민영화’ 논란 여전…노조, 상경 투쟁
2026-10-21 16:18:48 ㅣ 2026-10-21 16:22:24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한국 방산업계가 잇딴 글로벌 수주 성과에 따른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의 입찰 비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 논란에 따른 내홍 등 잇단 논란이 불거지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특히 LIG D&A의 뇌물 사건에 따른 중징계는 한국산 무기에 대한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쳐 K방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까닭에,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통한 신뢰도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LIG D&A 판교하우스. (사진=LIG D&A)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전날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LIG D&A에 2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최고 수위의 제재 처분을 심의·의결했습니다. 무기 개발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 직원에게 수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에 따른 것입니다. 해당 방사청 직원은 LIG D&A 등 방산업체 임직원들로부터 4억6000만원대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최근 구속 기소됐습니다.
 
이와 관련 LIG D&A측은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소 사실만을 근거로 제재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시사해 당분간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이번 중징계에 따라 LIG D&A의 신규 방산 사업 수주 차질에 따른 실적 부담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2년간의 신규 입찰 배제 조치가 기존 계약이나 해외 수출에는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LIG D&A의 내수 사업 비중이 높아 타격이 상당한 까닭입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IG D&A의 올해 상반기 내수 매출 비중은 72.1%, 지난해는 80.1%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방산업계에서는 올해 말 계약이 예정된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에 탑재될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개발 사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LIG D&A는 현재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KF-21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 체계종합 등 분야에서 제안서 평가 1순위로 선정돼 최종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2년’이라는 제재 기한을 줄이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지난 7월 방위사업청 계약심의위원회 운영 규정이 개정되면서 ‘뇌물을 준 자에 대해서는 제재 기간을 감경할 수 없다’는 조항이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LIG D&A는 2년 이라는 제재 기한을 줄이기는 어려운 만큼, 향후 추가 수주 계약 등 일정을 고려해 최대한 시작 시점을 유불리에 따라 조율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가 K방산 전반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신뢰도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집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는 “이번 사태는 방산업계의 종사자들의 위신과 신뢰를 저하시킨 중대한 방산 비리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에 대한 신인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특히 방산 사업 수출 구조가 체계 종합, 협력사 등 각 기업들이 맞물려 있는 형태기 때문에, 이번 제재가 LIG D&A에 국한하지 않고 방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표이사가 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화의 KAI 지분 인수 확대에 따른 민영화 문제도 K방산이 마주친 암초 중 하나입니다. 전날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KAI 지분 매각과 민영화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출 KAI 대표이사가 “구성원의 동의 없이 KAI의 지배구조가 바뀌는 일은 없다”고 일축하고,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황기연 행장 역시 “현재 KAI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형국입니다.
 
이런 가운데 KAI 노조는 한화의 KAI 인수 시도 저지와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며 단체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KAI 노조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전 조합원이 참여한 2차 상경 투쟁을 벌이며 한화의 KAI 경영 참여 목적과 향후 계획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습니다. KAI 노조는 다음 달 3일에도 전 조합원 3차 상경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최 교수는 “KAI 민영화 논란이 업계 차원이나 정치권 정쟁화 등으로 장기화 될 경우 국익이나 방산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KAI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구책 등 조심스럽지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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