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현행 개인정보 보호체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조사 착수 전 이뤄진 유출 은폐에 대한 제재부터 공공기관의 유출 책임과 피해 배상, 개인정보 파기까지 제도 곳곳의 빈틈이 드러났는데요. 개보위는 관련 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사전 예방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송경희 개인정보호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사후 제재를 넘어 예방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13일 본감사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기업의 보안투자, 피해자 구제 등이 쟁점이었다면 이날은 유출 은폐에 대한 제재 공백과 공공기관의 책임, 개보위의 조사·예방 역량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먼저 기업이 개인정보 유출 이후 관련 자료를 숨기더라도 개보위 조사 착수 전에 이뤄진 은폐 행위를 직접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는 조사 협조 여부나 방해 행위를 과징금 산정에 반영할 수 있을 뿐, 조사 이전의 은폐까지 제재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정상적으로 신고한 기업만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며 "조사 착수 전 은폐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송경희 개보위원장도 "(현행 제도로는) 불충분하다"며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책임 문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개인정보 유출은 128건, 유출 규모는 772만건에 달했지만 과징금은 45억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조 의원은 "민간과 비교하면 비례성 원칙에 너무 턱없이 부족하다"며 "자기 식구 봐주기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조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에 기관의 책임이 있는 만큼 피해자에 대한 대응도 '보상'이 아닌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상은 손해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하는 반면, 보상은 적법한 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는 의미로 구분됩니다. 송 위원장은 앞으로 공공기관 개인정보 유출 피해와 관련해 배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개인정보를 제때 파기하지 않아 발생하는 유출도 관리 사각지대로 지목됐습니다. 손명수 민주당 의원은 최근 롯데케미칼 관련 사례를 거론하며 퇴직자 개인정보가 제대로 파기되지 않았고, 일부 퇴직자는 유출 사실을 44일 뒤에야 통지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수탁업체가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고도 파기했다고 허위 보고했다는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송 위원장은 "퇴직했거나 탈퇴했는데도 파기 의무를 지키지 않아 유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엄격하게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개보위의 조사·예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습니다. 현재 개보위의 조사 인력은 약 47명으로 전체 정원 200명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유출 사고가 늘고 인공지능(AI) 확산 등으로 업무 범위가 넓어진 만큼, 사후 조사뿐 아니라 사전 예방까지 담당하려면 조직과 예산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송 위원장은 "환경 변화와 국민의 요구 수준, 체감 중요도가 올라가면서 개보위의 역할과 임무가 늘어나고 있다"며 인원와 예산 확충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개보위 예산은 출범 당시 500여억원에서 현재 700여억원으로 늘었지만 송 위원장은 "사전 예방을 하려면 사업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도 개인정보 보호 역량 강화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강 의원이 개보위의 조직과 위상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검토를 요청하자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개인정보 분야는 앞으로도 더 중요해질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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