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종감…사이버 위협·부실 대응 반복 '도마'
'PHP 사태'에 과기정통부·KISA 소극적 대응 질타
정보보호 관리 허점·부처별 칸막이 문제 지적도
2026-10-23 17:39:06 ㅣ 2026-10-23 17:39:06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와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잇따랐습니다. 특히 최근 웹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이 발견된 데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소극적 대응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정부 부처별로 나뉜 침해사고 대응 체계와 허술한 정보보호 관리 실태도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과기정통부와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최근 PHP 보안 취약점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단순히 경보를 발령하고 보안 업데이트를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제 취약 시스템을 파악하고 선제적인 보호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은 PHP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오프라인 전환을 권고했고, 일본은 정부와 주요 기업의 외부 접속을 차단했다"며 "우리 정부는 경보 단계를 '주의'로 상향했는데, 이는 각 기관에서 알아서 적절히 처리하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 웹사이트의 80%가 PHP를 사용하고, 로그인 없이 침투 가능한 인공지능(AI)이 발견된 세계적인 해킹 대재앙에 이런 대처는 너무나 안일하고 느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전 세계 웹사이트에 널리 사용되는 PHP에서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서 국내외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에 과기정통부와 KISA는 대규모 해킹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전날 민간 분야 사이버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민간 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됩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상중 KISA 원장은 PHP 사태에 대한 보안 조치 현황을 묻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 질의에 "현행 규정상 개별 시스템을 직접 점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내 기관과 기업의 보안 패치 현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한 의원은 "단순한 경보 발령보다 취약 시스템을 얼마나 신속하게 찾아 보호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 중 PHP를 사용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되는지, 패치 완료는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도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과기정통부와 산하기관들의 정보보호 관리 허점과 분산된 대응 체계도 지적됐습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75개 산하기관을 조사한 결과 15개 기관에서 비공개 처리한 정보가 AI를 통해서 확인되는 문제를 발견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이주희 민주당 의원은 "최근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해킹 사고와 관련해 조사 단계부터 관계기관들의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정부 대응이 부처별 칸막이에 가로막혀 있다"고 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를 이용한 해킹 여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신속히 조치하겠다"며 "PHP 사태를 포함해서 범부처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응 체계와 별개로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보보호 인증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을 받은 롯데카드에서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한 사례를 언급하며 과기정통부와 KISA의 인증 관리·감독 체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LG유플러스가 해킹 은폐 의혹으로 수사 받는 상황에서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 '매우 우수' 등급을 홍보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날 종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면밀히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해킹 사고의 고의적 은폐와 조사 방해 의혹에 대해선 "사법당국의 판단과 정부 지침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여야 의원들의 가입자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요구에는 확답을 피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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