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이면 농어촌, 동이면 제외…교육격차 못 담는 특별전형
서울 학원가와 비슷해도 일괄 혜택
열악한 동 배려는 개별 대학 재량
개정안 발의에 주민 서명까지
2026-10-28 06:00:00 ㅣ 2026-10-28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의 지원 자격이 실제 교육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읍·면에 속하면 상대적으로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도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교육 여건이 열악해도 동 지역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어촌특별전형은 대학이 정원 외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모집 규모는 해당 학년 입학 정원의 4% 이내이며, 모집 단위별로는 입학 정원의 10%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농어촌 중·고 전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학생이 부모와 함께 농어촌 지역에 연속으로 거주하든가, 부모와 떨어져서라도 초·중·고 전 과정을 이수하면서 계속 농어촌 지역에 살아야 합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교의 장이 정하는 농어촌 지역 또는 도서·벽지 교육진흥법 제2조에 따른 도서·벽지 학생'의 별도 정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협의회 등 대학 협의체는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서 '학교의 장이 정하는 농어촌 지역'을 지방자치법 제3조에 따른 읍·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인데도 읍·면이면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받고, 반대로 비교적 열악해도 동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못 받는 일이 생깁니다.
 
공교육은 보편적인 교육 기회를 보장해야 하지만, 사교육 기관은 수요와 수익성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때문에 지역별 교육 여건의 차이는 학원·교습소 수에서도 드러날 수 있습니다. 학교 밖에서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거나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은 인구 11만7251명에 학원·교습소는 526개입니다. 인구 1000명당 4.49개 꼴입니다. 이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4.98개와 비슷합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역시 인구 4만8604명에 학원·교습소 209개로 인구 1000명당 4.30개입니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 학원들. (사진=NE능률 주니어랩)
 
수도권에 있는 읍 중에서도 교육 여건이 양호한 지역들이 있습니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역시 인구 5만2023명에 181개, 인구 1000명당 3.48개 꼴입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3.41개)보다 많습니다.
 
화성시 효행구 봉담읍과 만세구 향남읍 역시 각각 인구 1000명당 2.78개(인구 11만2861명에 314개)와 2.71개(인구 8만4621명에 229개)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2.68개)보다 많습니다. 이천시 부발읍 역시 인구 3만5355명에 82개로 인구 1000명당 2.32개에 이릅니다.
 
'11만명 읍'에 학원 수백개…학교 1곳 그치는 동
 
이에 반해 동이라고 이름 붙었지만 열악한 지역들이 있습니다. 강원도 태백시 동점동과 삼척시 갈천동, 경남 사천시 죽림동, 전북 남원시 노암동은 학교가 1곳에 불과합니다. 이 중에서 전북 남원시 노암동은 학원·교습소마저 2개로 인구 1000명당 0.38개에 그칩니다. 강원도 태백시 동점동과 삼척시 갈천동, 경남 사천시 죽림동은 0개입니다.
 
이들 읍·면과 동은 학교 교사 숫자도 차이가 납니다. 여건이 양호한 읍·면의 인구 1000명당 교원 수를 보면 △아산 탕정면 14.59명 △화성 향남읍 11.72명 △양산 물금읍 9.98명 △이천 부발읍 9.87명 △김포 고촌읍 9.55명 △화성 봉답읍 8.60명입니다. 이에 반해 열악한 동은 △태백 동점동 7.23명 △남원 노암동 6.28명 △사천 죽림동 5.79명 △삼척 갈천동 4.77명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양호한 읍·면과 열악한 동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개별 대학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성은 대교협 입학기획팀장은 "도시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강하면서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읍·면보다 낙후된 동을 우선해서 뽑을지 여부는 개별 대학이 평가할 때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험생이 지원하는 지원 자격에서는 읍·면에 혜택이 주어지더라도, 이후 개별 대학들이 지원 자격을 만족한 학생들을 면접 등의 절차로 평가할 때는 열악한 동을 우선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개별 대학의 선택을 받지 못한 동은 그대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최동환 민주당 사천시의원에 따르면, 사천시의 경우 2025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사천읍 사천고 84명, 용현면 용남고 26명, 곤양면 곤양고 2명(수시·정시 중복합격자 포함)이 농어촌특별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동 지역은 대상자 0명이었습니다.
 
최주영 대치IDA 입시연구소장은 "(주요) 학군지와의 거리 등 요소들을 감안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읍·면을 농어촌특별전형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 교정이 제일 시급하다"며 "예를 들어, 고촌읍은 자체 교육 인프라만 갖춘 게 아니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군지와의 거리가 자차로 20분, 늦어도 30분이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많이 (이사)가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도 개선 시급"…사천 주민 48.2%, 개정안 지지 서명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이지만 소멸위기 지역 또는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하는, 진짜 농어촌에 있는 학생들에 대해 농어촌특별전형이나 다른 어떤 전형으로라도 배려할 때도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설세훈 교육부 기획조장실장은 지난 23일 교육위 종합감사에서 "법령 (개정)도 필요하고, 제도적인 대응 방안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현황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의 최춘식 전 국회의원과 서천호 국회의원이 각각 2023년 6월과 지난해 6월 도농복합시의 동에도 농어촌특별전형을 적용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최 의원의 법률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서 의원의 개정안은 계류 중입니다.
 
사천시청은 지난해 9~11월 동 지역 소재 중·고교를 방문해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서명을 진행했습니다. 시 개최 체육대회 및 걷기대회 등에 서명 참여 부스를 운영하고 다중이용시설 내 서명부를 비치하기도 했습니다. 서명 인원은 5만2067명으로, 지난해 11월 기준 사천시 총 인구 10만7970명 중 48.2%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사천시청은 사천시의회에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 촉구 건의안'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건의안 대표발의자인 최 시의원은 "동 지역의 한 공립고등학교는 서울대 출신 물리 교사가 잠시 있다가 서울 지역으로 옮겼다. 동 지역 학교는 능력 있는 교사가 이동하는 소위 '정류장' 역할밖에 안 된다"며 "다른 동 소재 고등학교는 영어와 수학 빼고 나머지 과목들의 교사 구하기 어려워서 교장이 수업을 진행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골목 하나를 두고 농어촌특별전형 대상자 여부가 갈리는 건 불공정하다고 본다"며 "화성시는 재정 자립도가 50%가 넘는 데다 일자리와 인구도 많아 교육 여건과 정주 여건이 마련된 것 아니냐. 정부가 소외된 지역에 좀 더 신경쓰고 지원해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