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규제 '불확실성'…해운·조선업 "선박 투자 딜레마"
탄소중립 시계는 가는데 규제는 제자리
어떤 연료로…친환경 선박 투자 고심
"규제 예측 못 하면 투자도 어렵다"
IMO에 명확한 기준 촉구
2026-10-28 06:00:00 ㅣ 2026-10-28 06: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국제해운의 탄소중립 규제를 둘러싸고 글로벌 해운·조선업계의 투자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선박은 발주부터 건조·인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한 번 건조하면 20년 이상 운항하는 만큼, 산업계로서는 규제 확정만을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체계(Net-Zero Framework·NZF) 협상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해운·조선업계는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 선택의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2026년 10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규제 확정 기다릴 수 없어"
 
27일 부산에서 열린 ‘2026 세계 해사의 날’ 해운·조선 써밋에서는 글로벌 선사와 조선사, 선급 관계자들이 참석해 IMO의 탈탄소 규제를 실제 선박 발주와 설계, 운항에 적용하는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김민강 HMM 해사실장은 이날 토론에서 “신조선 발주를 위한 경제적·기술적 검토와 의사결정, 실제 건조와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규제가 명확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지정학적 상황에 따른 해운시장의 수급 변동성이 커지면서 선박 발주 시점을 결정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HMM은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규제의 불확실성과 낮은 예측 가능성 때문에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는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실장은 메탄올과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선박의 발주 동향 차이를 언급하며 규제 불확실성이 선사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제해운의 탄소중립 규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사들이 상대적으로 운항 경험과 연료 공급 기반이 확보된 기술을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다만 LNG 역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향후 IMO가 연료별 배출량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26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개막한 ‘2026 세계 해사의 날(World Maritime Day) 기념행사’에 아르세뇨 도밍게즈(Arsenio Dominguez)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수장, 주요 해운국 장관급 인사 및 국내외 산·학·연 관계자 등 50개국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일관된 규제와 기술 유연성 필요
 
조선업계도 규제 불확실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김형석 한화오션 상선기술본부장(전무)은 “단순히 강제 규정에 맞춰 선박을 건조하고 가격으로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기술적 차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IMO는 과거 기술 발전을 따라가는 비교적 중립적인 규제를 마련해 왔지만, 탄소중립체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이끄는 규제를 시도하고 있다”며 “최근 회의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거나 규제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지는 상황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미래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선박 설계의 유연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습니다. 특정 연료나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향후 규제가 바뀌더라도 적은 비용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선박 구조와 설비 배치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화오션 측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생산성 제고를 주요 과제로 꼽으며 선박 설계의 표준화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부분에는 맞춤형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는 친환경 연료 전환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로 높은 비용을 거론했습니다. 산네 프리아스 헨릭센 머스크 공공규제 대외협력 총괄본부장은 “현재 친환경 연료를 활용하는 해법은 기존 연료보다 2~3배 비싸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IMO 차원의 글로벌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IMO 규제 확정 이전부터 친환경 선박에 투자해 왔습니다. 2023년 한국에서 건조한 메탄올 이중연료 선박을 인도받았으며, 2024년에는 한화오션에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에탄올 연료 실증과 선상 탄소포집, 전기화, 풍력 보조추진 기술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헨릭센 총괄본부장은 “규제와 혁신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규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되 다양한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제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은 여러 국가의 항만을 이용하는 만큼 국가별 규제가 서로 다르면 기업의 대응 비용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2020년 시행된 IMO의 선박연료 황산화물 규제를 성공적인 사례로 들며 “명확한 규제 방향과 충분한 준비기간, 강력한 이행체계가 마련되면 산업계는 큰 변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6일부터 27일까지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국제해사기구(IMO)와 공동으로 ‘2026 세계 해사의 날(World Maritime Day) 기념행사’를 열고 IMO 협약의 실질적 이행 방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중요한 것은 투자 여건 조성"
 
친환경 선박 전환을 위해서는 규제 도입뿐 아니라 대체연료 생산과 공급망 구축에 필요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제임스 포스다이크 로이드선급 탈탄소 허브 전무이사는 “규제의 명확성이 가장 절실한 분야는 연료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이라며 “연료 생산은 준비기간이 길기 때문에 투자자가 최종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친환경 연료를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지 못하면 선박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또 연료의 생산부터 사용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평가하는 전 과정 배출량 기준과 독립적인 검증체계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연료의 환경성을 평가하는 방식에 따라 특정 국가나 생산 방식이 유리해질 수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탈탄소 규제에 따른 경제적 부담으로 조성되는 재원이 실제 산업의 에너지 전환에 재투자되도록 금융·감독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끝으로 AI 등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전문인력 확보와 친환경 선박 투자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IMO의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규제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부산=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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