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3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합산 영업이익 190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부터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까지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도 치솟으면서 반도체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최근 AI 투자 과열과 성장 둔화 우려가 불거지고 있지만, 양사는 장기공급계약(LTA)을 근거로 내년 이후에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객사들이 수년 뒤 물량까지 선점하면서 대규모 증설 투자에도 메모리 공급 부족은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삼성전자는 29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2532억원, 영업이익 107조44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27%, 영업이익은 약 783% 증가한 수치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입니다. 특히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매출 147조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으나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3분기 매출은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은 83조3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328%, 632%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약 80%에 달했습니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90조77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5500억원)의 8배를 넘어섰습니다. 합산 매출도 299조8687억원으로 30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역대급 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AI 메모리입니다. HBM에 이어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동반 상승했습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 HBM4 매출이 전 분기보다 3배 이상 늘어 전체 HBM 매출의 60%를 차지했습니다.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도 호조를 보이면서 반도체 사업에서만 10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SK하이닉스도 HBM4 공급 확대와 서버용 DDR5 판매 증가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낸드에서는 기업용 SSD 판매가 성장을 뒷받침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HBM뿐 아니라 일반 서버용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까지 끌어올리면서 양사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최근 AI 투자 과열과 성장 둔화 우려가 불거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이후에도 메모리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자신감의 근거는 고객사들과 체결한 LTA입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공급 물량이 이미 완판됐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대형 고객사 10곳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10곳과도 협상 중입니다. 2030년까지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으로 묶겠다는 목표도 내놨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주요 고객사 14곳과 LTA를 체결해 2027년과 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을 확보했습니다. 협의 중인 수요까지 고려하면 2029년까지 D램과 HBM 물량이 사실상 완판됐다는 설명입니다. 고객사들이 당장 필요한 물량을 넘어 수년 뒤 공급분까지 선점하면서 가격 협상에서도 공급업체가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물량에 대해 목표 가격 수준에서 고객사들과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양사는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응해 대규모 증설 투자에도 나섭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 투자에 84조4000억원을 투입합니다. 이 가운데 76조8000억원이 반도체 사업에 집중됩니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HBM용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도 늘리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에도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증설 투자에도 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고객사들이 요청한 HBM 물량은 현재 공급 가능 규모의 두 배를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도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공급 제약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실적이 올해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며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실적을 뒷받침하는 사업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과거와는 다른 성장의 가능성이 구체적인 사업 구조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