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럭셔리의 비극)③열 번 유찰·반값 낙찰…강남 하이엔드의 추락
'펜디 까사' 10회 유찰…아스턴55 공매가 56%에 낙찰
강남 오피스텔·상가 공매도 '응찰 0명'…매수 수요 실종
부실 정리 속도마저도 '뚝'…2금융권 부담 장기화 우려
2026-11-02 07:00:00 ㅣ 2026-11-02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9일 15: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호황기 고수익과 희소성을 내세웠던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에 부실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아파트 규제를 피해 투자 수요가 몰렸던 고급 오피스텔과 빌라, 타운하우스가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공사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강남 핵심 입지에서도 미분양과 경·공매가 잇따르고, 준공하고도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부실의 여파는 시행사를 넘어 시공사와 금융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은 자기자본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한 개발 구조에서 분양 실패는 시공사의 공사비 미회수와 금융권의 부실채권 증가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하이엔드 부동산의 경·공매 사례를 통해 호황기에 가려졌던 개발사업의 구조적 허점과 부실의 확산 경로를 추적하고, 시장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강남권 하이엔드 사업장이 잇따라 공매로 넘어가고 있지만 새 주인을 찾기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열 차례 유찰되거나 최초 가격의 절반 수준에서야 겨우 팔리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매수 수요 자체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매각가가 떨어질수록 대주단의 회수액도 줄어들어 2금융권 부실 정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번 깎아도 안 팔린다…강남 하이엔드 공매 '수난'
 
29일 온비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하이엔드 개발사업장 가운데 공매로 넘어간 곳들은 유찰을 거듭한 끝에 최초 공매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팔리거나, 가격을 낮추고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포도 바이 펜디 까사' 부지다. 시행사 논현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는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이 부지·건물을 약 1520억원에 사들인 뒤 18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일으켰다. 2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융 차입을 받았음에도 해당 사업은 금리 급등으로 시공사 선정과 본PF 전환이 무산됐고, 2024년 7월 이자를 내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된 공매는 3700억원대에서 출발해 2340억원까지 최저입찰가를 낮췄지만 열 차례 모두 유찰됐다.
 
올해 공매에 나온 사업장들 또한 비슷한 처지다. 강남구 신사동 633-3번지 일대 '더피크 도산' 부지는 지난 6월 말 3245억원(최저입찰가) 첫 공매를 진행했지만, 3차례 유찰된 뒤 4회차 공매에서 한화갤러리아에 넘어갔다. 낙찰 가격은 2367억원으로 첫 공매 최저입찰가보다 878억원 낮아졌다.
 
서초구 잠원동 55 일대 '아스턴55' 사업 부지 역시 할인 매각했다. 주택형별 분양가가 200억~400억원대, 펜트하우스는 600억~800억원대까지 거론되던 초고가 주거단지 사업장이었지만, 지난 6월 7회차 공매에서야 2782억원에 낙찰됐다. 1회차 공매가 4908억원의 약 57% 수준이다.
 
강남권 하이엔드 사업장의 공매 시장 등장은 수년 전부터 예고됐다. 강남구 청담동 '루시아청담 514 더테라스'는 2021년 12월 1922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일으켰으나, 본PF 전환에 실패하면서 2022년 12월 EOD가 발생했다. 이듬해 2월부터 대한토지신탁이 공매에 나섰지만, 부지 가격이 2263억원에서 1650억원까지 내려가는 동안 4차 공매까지 모두 유찰됐다.
 
 
강남 수익형 부동산도 '응찰 0명'
 
매수 수요 위축은 PF 사업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온비드에 따르면 10월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 압류재산 공매 시장에서 응찰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강남 핵심 입지의 수익형 부동산마저 가격을 낮춰도 매수자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찰 공매 물건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최저입찰가를 10%씩 낮춰 진행함에도 입찰에 참여한 사람은 없었다.
 
가격을 크게 낮춘 물건도 외면받았다. 감정가 10억원대 오피스텔은 3주 만에 최저입찰가가 감정가보다 30% 내려갔지만 유찰됐다. 수억원대 근린생활시설과 역세권 오피스텔 역시 감정가보다 10~20% 낮은 가격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감정가 수백억원대 건물과 토지는 첫 공매부터 2차례 연속 유찰됐다. 강남 핵심 입지의 수익형 부동산마저 할인된 가격에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온비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강남권 오피스텔이나 근린생활시설 공매는 첫 회차에서 바로 낙찰되는 경우가 드물고, 몇 차례 가격이 내려간 뒤에야 입찰자가 붙는 경향이 있다"며 "입지보다는 임대수익 등 수익성을 따져 가격을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와 임대수익률 하락으로 강남 입지만으로 수요가 몰리던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투자자들이 입지보다 수익성을 먼저 따지기 시작하면서, 감정가 수준에서는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는 분석이다.
 
 
공매 길어지자 금융권 '속앓이'…정리 속도는 뚝
 
공매 물건이 유찰될수록 속이 타는 건 돈을 빌려준 금융권이다. 팔리지 않는 동안 이자는 계속 불어나고, 낙찰가가 대출 원금에 못 미치면 손실로 남기 때문이다. 선순위 대주단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문제는 후순위다. 시행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준 주주들은 대주단 다음 순서여서 자금 회수를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이 주최한 '8차 부동산PF 상황 점검회의'에 따르면 금융권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023년 말 231조원에서 올해 3월 말 170조원으로 줄었지만, 부실 사업장은 늘었다. 유의 이하 등급 사업장 규모는 지난해 말 14조 7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6조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유의 이하 등급 사업장은 금융당국의 PF 사업성 평가(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4단계)에서 '유의'나 '부실우려' 판정을 받아 재구조화나 경·공매 등 정리가 필요한 곳을 말한다.
 
문제는 부실이 쌓이는 속도에 비해 정리 속도가 크게 느려졌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부실 PF 사업장의 정리·재구조화 규모는 지난해 3분기 3조 8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000억원으로 급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유의 이하 사업장 비율이 다시 오르고 정리·재구조화 실적은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팔리지 않는 담보가 늘수록 부실채권(NPL)은 금융사 장부에 그대로 남게 된다.
 
브릿지론을 많이 내줬던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부담은 더 크다. 장부상으로는 PF 대출이 크게 줄었지만, 실제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부실 대출을 펀드에 팔아 장부에서 덜어낸 뒤 그 펀드에 다시 돈을 넣는 방식이 많아 사실상 위험을 그대로 안고 있는 셈이다. 해당 투자는 돌려받는 순서가 기존 대출보다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 공매 물건 유찰이 길어지면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하이엔드 부지는 매각 금액 자체가 수천억원대라 인수할 수 있는 곳이 처음부터 많지 않다"며 "가격을 낮춰도 인수 후 개발 사업성까지 확신하기 어려워 매수자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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