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까지 파고든 중국차…한국차 해법은 ‘양손잡이’
신차 개발 주기 18~24개월로 단축
가격·상품성 앞세워 한국차와 경쟁
2026-10-29 16:33:05 ㅣ 2026-10-29 16:33:05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공세가 전기차를 넘어 하이브리드 시장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무기는 ‘속도’와 ‘가격’입니다. 기존 완성차업체의 두 배를 목표로 한 신차 개발 속도에,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까지 앞세웠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상민 모빌리티 글로벌 파워트레인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오른쪽)가 29일 열린 ‘글로벌 및 지역별 자동차 산업 동향’ 미디어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하늬 기자)
 
29일 모빌리티 글로벌이 개최한 ‘글로벌 및 지역별 자동차 산업 동향’ 행사에서는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빠른 신차 개발 속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신흥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상민 모빌리티 글로벌 파워트레인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현지 시장의 요구 수준을 뛰어넘는 파워트레인 제품군을 앞세워 신흥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2030년의 문제가 아니라 2026년인 지금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은 신차 개발 속도에서부터 차이를 보입니다. 기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신차 개발부터 출시까지 통상 36~48개월, 길게는 50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중국 업체들은 개발 주기를 18~24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해온 점진적인 개발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개발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차가 나올 때마다 기술과 상품성의 변화 폭도 훨씬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두드러지는 곳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입니다. 특히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내연기관차에서 일반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전동화 수준을 높이면서 가격도 단계적으로 올린 것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한 가격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은 규제 대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동화 수준을 넘어서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같은 가격에 더 높은 수준의 전동화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시장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모빌리티 글로벌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에서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5%에 달합니다. 중남미에서는 에탄올과 휘발유를 혼합해 사용하는 플렉스퓨얼 차량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결합하는 등 현지 연료 환경에 맞춘 제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움직임도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하거나 시행을 연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규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뿐 아니라 일반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의 효율 개선에도 적극 나서는 배경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완성차업체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마크 풀소프 모빌리티 글로벌 글로벌 생산 전망 총괄은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남아시아와 중남미에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현대차·기아가 추진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병행 전략은 현재 시장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하나의 노선으로만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파워트레인을 병행 개발하는 양손잡이 전략이 맞다”고 했습니다. 이어 “북미와 인도, 아세안 등 지역별로 요구하는 하이브리드 기술과 사양이 다르다”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것도 전기차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튀르키예, 브라질, 멕시코, 태국 등 자동차 생산 기반을 갖춘 국가들이 중국산 차량에 대한 진입장벽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수출 물량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이상민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은 이미 시장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상품성 기준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며 “한국 제조사들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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