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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용현 기자]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더존비즈온(012510)이 춘천 기업혁신파크 시행사에 대한 출자를 미뤘다. 출자 대신 대여금으로 자금을 묶어두면서 사업이 잘못되더라도 주주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더존비즈온의 최대주주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로 바뀐 뒤 위험을 직접 떠안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사업 실무를 맡은 회사는 김용우 전 회장의 동생에게 넘어가면서 더존비즈온은 돈만 빌려준 채권자로 남고 사업을 끌고 가는 권한은 전 회장 일가가 갖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춘천 기업혁신파크 조감도.(사진=더존비즈온)
출자 미루고 대여금으로 346억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존비즈온은 출자 기한을 앞둔 지난 5월29일 정정공시를 통해 시행사 바이오테크이노밸리피에프브이(PFV)에 올해 5월까지 392억원을 출자하겠다던 계획을 '국토교통부 통합개발계획 심의 신청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때'로 바꿨다. 규정이나 외부 제약 때문이 아니라 회사가 스스로 출자 시점을 국토부 승인 이후로 늦춘 것이다.
392억원 가운데 실제 출자로 들어간 돈은 지난해 8월 설립 당시 낸 자본금 45억 5000만원뿐이다. 나머지 346억 5000만원은 지난해 10월 173억원, 12월 173억 5000만원 두 차례에 걸쳐 대여금 형태로 먼저 집행됐다. 당초 이 대여금을 올해 5월까지 출자로 전환할 계획이었는데 정정공시로 그 시점을 미룬 셈이다.
실제 출자와 대여는 위험의 크기가 다르다. 출자를 하면 PFV의 주주가 돼 사업이 실패할 경우 지분만큼 손실을 떠안는다. 반면 대여금은 PFV가 갚아야 할 빚인 만큼 사업이 잘못되더라도 남은 자산을 매각해 주주보다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국토부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출자전환을 미루면 사업 위험은 피하면서 채권자 지위는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실제 PFV의 재무 상태는 출자 없이 대여금만 쌓이면서 빠르게 나빠졌다. 6월 말 PFV의 자본총계는 약 5억원으로 자본금 50억원의 90%가 잠식됐고, 상반기 순손실은 28억 7000만원으로 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낸 손실 16억 4000만원을 반기 만에 넘어섰다.
두 번 공언한 1050억…자본금은 50억 그대로
회사가 출자를 미루는 사이 외부 자본도 들어오지 않았다. 춘천 기업혁신파크는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 일대 363만㎡ 부지에 총사업비 약 1조 1000억원을 들여 인공지능(AI)·정밀의료·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국토부 선도사업이다.
김 전 회장 체제의 더존비즈온은 이 사업의 핵심기업으로 참여해 지난해 8월 PFV를 세우면서 총 자본금을 약 1050억원으로 잡았다. 당시 이사회는 설립 자본금 45억 5000만원을 먼저 넣고 올해 5월까지 392억원을 단계적으로 출자하기로 결의했다. 더존비즈온이 392억원을 내 지분 37.3%를 갖고, 나머지 60% 이상은 금융기관 등 외부 투자자가 채우는 구조였다.
이 계획은 더존비즈온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되풀이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6일 EQT와 경영권 매각 계약을 맺었는데, 같은 달 25일 김 전 회장의 동생인 김용찬 더존비즈온 기업도시추진단장은 춘천시장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매각과 무관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올해 3월께 기초자본금 약 1050억원이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3월 해당 계획은 자본 확충 없이 매각만 종결됐다. 실제 EQT는 3월26일 거래를 마무리하고 더존비즈온 최대주주에 올랐으나 6월 말 기준 PFV 자본금은 설립 당시와 같은 50억원에 머물렀다. 더존비즈온의 지분율도 계획했던 37.3%가 아닌 91%로 집계되며 설립 이후 새로 들어온 외부 출자자의 부재를 드러냈다. 1000억원 안팎의 자본이 채워져야 할 자리를 더존비즈온의 대여금 346억 5000만원이 홀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1050억원 확충을 약속했던 김 단장은 오히려 사업 실무를 맡는 회사를 넘겨받았다. 더존비즈온은 지난 6월12일 PFV의 자산관리회사(AMC)인 바이오테크이노밸리자산관리 지분 100%를 6억 3000만원에 김 전 회장 동생인 김 단장에게 전량 매각했다. PFV는 서류상 회사여서 토지 관리와 인허가 대응, 자금 집행 같은 실무를 AMC가 맡는다.
이 매각은 EQT가 더존비즈온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이미 정해져 있었다. EQT가 지난 2월 더존비즈온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공시하며 공개한 매각 계약 조건에는 거래 종결 후 3개월 안에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AMC 지분을 김 전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김 단장에게 순자산가치로 넘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더존비즈온은 돈을 빌려준 채권자로 위험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반면, 사업 실무는 자본 확충을 공언했던 전 회장의 동생이 맡게 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인허가 절차는 연내 승인을 목표로 속도로 하고 있다. 춘천시는 지난 8월 사업시행자가 국토부에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제출한 뒤 11월까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연내 통합개발계획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승인 이후 토지 보상과 공사에 들어갈 자금을 감당해야 할 PFV의 자본금은 여전히 50억원에 머물러 있다.
이와 관련해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FV 출자는 국토부 승인 이후 외부 투자자 출자와 더존비즈온 대여금의 출자전환이 한꺼번에 이뤄질 예정”이라며 "서류는 지난해 11월 말 접수해 심의가 진행 중이고 연내 승인을 기대하지만 시점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춘천시가 먼저 추진하고 더존비즈온을 핵심기업으로 참여시킨 국가사업으로 일반적인 부동산 개발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최대주주가 바뀌었어도 더존비즈온은 여전히 PFV 대주주로서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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