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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통계, 다른 해석'..정부·노동계 경제인식 '정반대'
2011-08-04 15:23:21 2011-08-04 18:06:17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지니계수가 낮아져 소득불평등도가 개선됐고 고용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지고 임금불평등이 증가했으며 소득불평등도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은 질과 양 모두 나빠졌다."(민주노총)
 
정부와 노동계가 같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현재 경제상황을 전혀 다르게 분석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노동계는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같은 통계수치에 대해 180도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어 경제현실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자 경제지표를 통해 본 이명박 정부4년' 보고서를 내고, 현 정부 4년동안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임금 불평등 심화, 고용 악화 등으로 경제지표가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완화됐고, 고용은 '즐거운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해 온 정부의 견해와 전혀 다르다.
 
정부와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각자 서로 유리한 방향에서 통계를 해석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지니계수 개선" VS "소득불평등 심화"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소득분배의 불균형 수치인 지니계수는 ▲ 2007년 0.312 ▲ 2008년 0.314 ▲ 2009년 0.314 ▲ 2010년 0.310으로 지난해 처음 개선된 수치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2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재직 당시 
"1997년 외환위기 후 10여년 동안 소득분배 상황이 악화됐는데, 새 정부 들어 소득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악화 추세에서 반전됐다"면서 "소득분배 상황이 이명박 정부 들어 상당히 좋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5월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작년에 일자리가 12%정도 늘어나 지니계수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고, 재정 장관 취임식에서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우리의 분배지표가 다소 나아지는 듯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인식에 대해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사회구조는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지니계수가 떨어진 것은 일시적인 측면이 있다"며 "지니계수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지수들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2006년 61.3%에 달했던 노동소득분배율은 2008년 61.0%, 2009년 60.9%, 2010년 59.2%까지 떨어졌다.
 
근로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은 감소해 이를 반영한 '조정 노동소득분배율'은 현 정부 들어 2008년 56.2%, 2009년 54.8%, 지난해 52.2%까지 낮아졌다.
 
노동소득분배율 감소는 근로자의 소득이 기업의 영업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자랑한 경제성장의 과실이 서민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정책국장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임금불평등 증가, 대·중소 기업 격차 심화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감안할 때 빈곤과 소득불평등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고용, 즐거운 서프라이즈" VS "양과 질 모두 나빠져"
 
박재완 장관은 지난달 13일 6월 고용지표를 보고 "기분 좋은 고용 서프라이즈"라고 말했다. 6월 취업자가 전월 대비 올해 2월 이후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며, 대다수 언론도 '고용시장 훈풍' 등의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고용의 양과 질 모두 정체되거나 나빠졌다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인 공식실업률은 2008년 3.2%에서 올해 1~6월 3.8%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공식실업률이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취업준비자나 구직단념자, 18시간 미만 노동자 중 추가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을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2008년 6.1%에서 지난해 7.6%까지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15세 이상 생산가능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도 개선되지 않았다. 2008년 59.5%에서 2009년 58.6%로 떨어졌고, 올해(1월~6월)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고용의 질도 악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저임금 계층이 2007년 23.3%에서 올해 28.15%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와 노동계의 현실 인식차이는 정부의 통계 인용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는 매년 '통계로 본 이명박 정부"를 발간한다. 이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수출순위 변화, 주가지수 등 상승 일변도의 통계만 뽑아 발표한다.
 
정한울 EAI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지니계수의 경우도 전국 1인 농가 포함과 전국 2인 이상 비농가를 비롯해 시장소득과 가처분 소득에 따라 불평등 지수가 달라지는 게 사실"이라며 "OECD기준으로 전국 1인 농가포함 가처분 소득을 보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맞춰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부소장은 "정부가 보다 체감할 수 있는 통계를 다양하게 살펴봐야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joist189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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