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 우려에도 의연한 삼성·SK…자신감 배경은
한은 등 “공급부족 2028년까지”…AI수요 장기화 전망
삼성·SK, 국내외 생산기지 확대…채용·장기계약도 속도
2026-07-15 16:06:21 2026-07-15 16:20:56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이른바 ‘반도체 고점론’이 확산하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조정을 받았지만, 정작 기업들은 투자와 채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이 과거 사이클과는 다른 구조적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속에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무게를 두는 모습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등이 10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나스닥 '오프닝 벨' 행사에서 타종하며 나스닥 ARD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이 확산하며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해외 투자은행과 한국은행, 업계는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7년 더욱 심화하고 2028년에도 개선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HBM 수요가 실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습니다. 한은은 최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AI 투자 확대와 HBM 중심의 공급 부족 등을 근거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은은 “AI 확산이 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고 기업들의 경쟁적인 AI 투자가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며 “현재 반도체 경기는 과거 확장기를 뛰어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업들의 판단도 이들과 비슷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 ADR 상장 이후 “AI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반도체 사이클이 아니다”,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서고 있다”며 메모리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어 “많은 파트너와 고객이 더 많은 칩을 원하고 있다”며 “5년 내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고객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오히려 5~6배 수준의 공급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기공급계약(LTA)이 늘고 있다는 점은 AI 메모리 수요의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로 꼽힙니다. AI 데이터센터(AI DC) 투자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안정적인 메모리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최근 임금·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028년까지로 정한 점도 업계 안팎에서 눈여겨보는 대목입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군 공항 인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부지. 해당 부지는 826만㎡(250만평)로 여의도의 2.5배에 달한다. (사진=뉴시스)
 
실제 투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호남 신규 메모리 생산기지와 충청권 HBM 후공정 거점 구축 계획을 내놨습니다. SK하이닉스도 호남 신규 팹 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미국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내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일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지금은 세계 경제의 판이 흔들리는 승부의 시간”이라며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투자와 함께 인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관련 직무를 중심으로 인력 확보에 나서며 차세대 경쟁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주식시장과 기업이 반도체 업황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의 장기 성장 경로와 메모리 수급 환경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빅테크 업체들의 투자 계획과 폭발적인 AI 수요를 감안하면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장기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메모리 공급 부족도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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