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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 동반성장, 아직 멀었다"
통신사·제조사·콘텐츠 업체, 상반된 입장 여전
2011-10-24 16:38:33 2011-10-24 18:29:12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동반성장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지만, 방송통신 서비스 업체와 기기 제조사, 콘텐츠 사업자 간의 동반 성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차세대 콘텐츠 동반성장협의회 2차 회의에 참석한 관련 업계 대표들은 서로 입장차이를 확인했다.
 
소규모 콘텐츠 회사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핵심 인력 빼가기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신광승 무선인터넷콘테츠협회 회장은 “중소기업은 4~8년차 정도 된 소수의 핵심 팀장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기업들은 건전한 생태계를 이야기하면서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들을 싹쓸이 스카우트해 가고 있다”며 “심지어 대기업에서는 전 회사 대표이사에게 이직 동의서를 받아오도록 하고 있다”고 털어났다.
 
이직 동의서에는 이직에 따른 사업 손실이 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문제삼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내 한 중소 S/W 업체의 대표도 팀장이 직접 이직 동의서를 가져온 적이 있었다.
 
팀장은 대표에게 “S전자에서 대표에게 동의서를 받아오지 않으면 이직을 취소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사정을 설명했다.
 
대표는 팀장이 빠지면 프로젝트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소 가족처럼 여겨왔던 직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또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회장은 “콘텐츠 업체들 사이에서 삼성과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콘텐츠 산업은 가능성은 있지만 너무 영세해,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대형 콘텐츠 제작사들은 무료 콘텐츠가 많아지는 현실을 걱정했다.
 
이우철 MBC 디지털본부장은 “통신사와 케이블TV에서 지상파 콘텐츠를 무료로 쓰려고만 한다”며 “콘텐츠가 무료화 될수록 콘텐츠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콘텐츠가 유료라는 인식을 이용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기제조사는 무료 콘텐츠를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권강현 삼성전자(005930) 전무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성공한 업체들은 무료로 콘텐츠를 서비스해 이용자들을 모았다”며 “만약 이들 서비스가 처음부터 유료 서비스를 했다면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무는 “국내 콘텐츠 업체들도 무료 서비스로 많은 이용자를 모은 후 수익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기 제조사의 입장은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반발을 샀다.
 
송영희 KT(030200) 콘텐츠미디어 사업본부장은 “무료 콘텐츠가 많이 생겨 기기를 더 많이 팔면 기기 제조사들만 이득이다”며 “휴대폰, 테블릿PC, 스마트TV가 생기고 곧 애플TV가 국내에 들어오는 등 기기 제조사들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통신 서비스사들이 이들을 위해 통신망에 무한 투자를 계속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문광부의 지원이 콘텐츠 산업을 키우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광부는 지난 5월 국고 47억 원과 대기업 출자금 248억 원 등 총 312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중소기업의 차세대 콘텐츠 개발에 투입했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소 연 1조원 이상이 투입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광부 단독으로 이 같은 자금을 조성하기 어려울 경우, 지식경제부 등과 협력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다.
 
이날 최광식 문광부 장관은 협의회가 열린 후 30분 후에 전임장관 오찬 참석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참석자들은 이를 놓고 “장관이 콘텐츠 산업 육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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