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국정과제 추진 혼선..朴정부 뒷걸음 치나
2013-04-26 17:40:00 2013-04-26 17:42:3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부처간 갈등구조를 보이는가 하면 국회에서도 합의된 국정과제 입법안을 장관이 반대하기도 하고, 대통령은 스스로 이행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과제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까지 통과한 대체휴일제 입법안을 9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미룰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체휴일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로 선정, 애초 4월 중으로 처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이날 안행위에 출석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휴일근무 때 기업이 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등 민간부문의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국회마저 합의에 성공한 국정과제를 행정부 장관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건강보험 개편안을 논의하며 부가가치세와 주세 등 간접세에 건강세를 편성하겠다는 안을 냈다가 복지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건강세 신설은 증세 없는 복지와 건강보험 국고지원이라는 대통령의 공언에 어긋난다.
 
심지어 핵심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속도를 조절하라는 주문을 넣는 상황이다.
 
24일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과도하게 하면 경제주체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경제민주화에 대해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거나 "자꾸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는 아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때문에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일감몰아주기 법안을 비롯해 노대래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언급한 전속고발권 폐지 반대 등이 생략된 채 보고됐다.
 
국정과제를 두고 대통령 스스로까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애초 국정과제가 포퓰리즘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한꺼번에 치르는 과정에서 여야 모두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에 국정과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
 
참여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라며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증세 없는 복지, 복지확대 등 좋은 내용만 넣다 보니 구체적인 실행책과 예산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지난달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를 검토한 결과를 보면 복지와 노동, 경제민주화와 외교안보 등 주요 66개 과제 중 '괜찮은 것'은 19개뿐이고 '부족한 것'은 27개, '걱정되거나 나쁜 것'은 20개로 나타났다. 국정과제의 절반 이상이 부실한 셈이다.
 
부실하고 과다한 국정과제에 매몰되지 않고 핵심 국정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는 "사실 임기 5년 동안 100개가 넘는 국정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것부터가 무리"라며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등 핵심 과제만 제대로 해도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정절감과 복지확대 등 상충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버릴 것은 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국정과제를 가능한 것, 시급한 것, 중요한 것 등으로 재분류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상당 수 국정과제가 재계의 이익과 맞물리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재계를 너무 의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체휴일제 도입 반대와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 등이 대표적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국민 대부분이 찬성한 대체휴일제에 대한 유정복 장관의 반대는 사실상 재계 입장을 대변했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속도조절론도 재계의 죽는소리를 의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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