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웹보드 규제, 정말 억울하면 CEO가 나서라
2013-09-11 14:00:25 2013-09-11 14:04:03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사행성’과 ‘중독성’은 게임업계의 주홍글씨다.
 
정말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놓으면 게임 중독자를 양성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소비자들의 심리를 분석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면 ‘사행심리를 조장한다’는 비난에 직면한다.
 
특히 고스톱과 포커 등을 게임으로 옮긴 이른바 ‘웹보드게임’들은 늘 사행성 논란에 중심에 있었다. 
 
최근 문체부가 추진 중인 웹보드 게임의 ▲월 게임머니 구입한도 30만원 ▲게임 1판 당 사용금액 3만원 상한선 제한 등의 규제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웹보드게임 규제안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규제 만능주의’라고 비판한다.
 
이에 문체부는 웹보드 게임머니 환전을 ‘업’으로 삼고 있는 환전상들의 존재 때문에 웹보드게임이 사실상 사행사업과 다를 바가 없으며,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정당하다고 맞선다.
 
문제는 이 같은 긴 논쟁이 지난 10여 년 동안 지지부진하게 계속 이어져 오면서 개별 기업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사업기회를 놓쳐왔고,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계속 악화돼 게임업계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지난해 5월 소비자청이 소셜 게임업체들의 콤프가챠(수집형 뽑기)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하자, 일본 최대의 소셜게임사 중 한 곳인 그리의 다나카 요시카즈 CEO는 즉각 ‘문제점을 찾아보겠다’고 빠르게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또 DeNA의 모리야스 이사오 대표도 자신들의 콤프가차 서비스를 종료하고 다른 업체들도 동참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일본의 주요 6개 소셜게임업체 CEO들은 바로 ‘콤프가챠’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다양한 후속조치를 내놓고 있다.
 
기업 CEO 입장에서는 최대의 수익모델을 포기하는 위험을 감수한 결단이었지만, 사행성 논란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 게임업계 전체의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내린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최근 웹보드게임의 사행성이 다시금 이슈가 되면서 게임협회차원의 자율 규제안 발표는 있었지만, 각 웹보드 게임회사 CEO들의 적극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게임업계의 주장대로 자율규제가 정부 측의 규제보다 더 실효성이 있고, 규제안이 정말 억울하다면 CEO가 직접 나서 정부당국과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우리가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끊임없이 설득작업을 해야 한다.
 
CEO자리는 어렵고 힘든 일은 부하직원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대작 게임의 발표회장이나 컨퍼런스콜에 등장해 ‘신작 게임으로 성장 모멘텀을 만들겠다’ 등의 멋있는 멘트만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은 주식회사 CEO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규제안이 시행되면 게임사별로 20%의 가량의 웹보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데,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결국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CEO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운좋게도 법제처 심사에서 반려된다면 당분간 웹보드 게임업계는 숨쉴 구멍이 생길지 모르지만, 다음에는 법률 개정안 등 더 강도 높은 규제안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각 웹보드 게임업체의 CEO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사행성 논란'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예전처럼 또 국정감사장에 ‘증인’ 자격으로 끌려 나와 사회적 지탄을 받기 전에, 스스로 나와서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것은 대변해야 한다.
 
또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사행성 논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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