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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비전 M&A, 규제 공백 들춰내"
언론학회 세미나 "방송 시장 고질적 문제, 해소하거나 악화시키거나"
2015-12-06 11:12:46 2015-12-06 11:12:46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의 인수합병(M&A)을 계기로 잠재돼 있던 방송통신 정책의 사각지대, 규제 공백이 드러나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4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 플랫폼 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발제를 맡은 황근 선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방송산업 인수합병 승인 절차가 너무나 부실하고, 미디어 정책은 사업자 입장에 치중돼 국가 정책이 끌려다니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인수합병 건을 정부가 어떤 식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고질적인 유료방송 시장의 문제를 풀어내거나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순수하게 법적·경제적 논리로 따질 때 현행 법제도에서 인수합병을 인가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반드시 '정성정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인수합병과 관련한 '공익성 심사'가 통신 부문에만 해당될 뿐 방송 부문에는 빠져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통신사업자가 지분인수 및 기업합병을 할 때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공익성 심사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받도록 돼 있고, 미래부는 종합유선사업 변경허가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인수합병과 관련된 공익성 심사는 전기통신사업 영역에만 해당될 뿐, 공정위 심사에선 지배력 등의 경쟁 환경 평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 교수는 "방송 시장이나 시청자에게 미치는 질적인 영향에 대한 정성적 평가는 법적으로 사실상 '공백 상태'인 것"이라며 "미디어 산업은 경제적 요인만으로 정치적·사회적 효과를 단정할 수 없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규모나 방송통신 융합 방식을 고려할 때 반드시 방송 사업 부문의 정교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4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 플랫폼 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김미연 기자
 
정준희 중앙대 박사는 "이번 인수합병 사례는 정책 목표의 불확실성과 방어 수단 부재를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문제가 있으니 이에 대응하는 법을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상황으로, 기존의 법제가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미디어법 개정 당시 방송통신 융합, 탈규제 등을 논의하며 충분히 문제점을 예상했음에도 아무런 장치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망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케이블TV의 지역성과 관련해 정 박사는 "향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지역보도채널 등을 그대로 운영하게 하는 것은 지역성을 보장하는 길이 아니다"라며 "예컨대 지역뉴스 펀드 등을 의무화시켜 내게 하는 등 일종의 지역 연합체가 공정한 지역뉴스채널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의 2원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통신사업자 SK텔레콤의 방송사업에 대한 의지와 역량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제기했다. 도 교수는 "SK텔레콤이 방송통신 융합이 진전되면서부터 여러 경로로 방송사업에 진입해 왔지만 유료방송의 선순환 구조를 촉진시킬 만한 성과는 없었다"며 "그동안 정부는 복수 플랫폼을 허용해 기술·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소유겸영 규제 등을 해 왔는데, 앞으로 이종방송플랫폼 간 결합이 이뤄진다면 기업 입장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을 어떻게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방송통신융합 하이브리드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해서 케이블TV 및 모든 미디어 업계와 동반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인수합병 고유의 이슈와 통신방송산업이 갖고 있던 원래의 이슈를 구분해서 논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이번 인수합병은 마치 시장이 먼저 행동을 취하고 앞으로 정부는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물어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방송의 규제산업적 측면과 공익성을 고려해 보수적인 마켓 구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봐야 할지, SK텔레콤 측 주장대로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정부가 호응해야 하는 것일지, 결국은 이 부분에 대한 숙제일 것이란 설명이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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