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산성장 경쟁은 옛말"…내년 목표는 '현상유지'
건전성·자본 규제 강화 영향…최소 경제성장률 수준에 맞출 듯
2015-12-20 12:00:00 2015-12-20 12:00:00
"내년도 자산 성장 규모는 동결 수준에 가까울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 
"은행 통합으로 금융권 최고 수준의 몸집인데 이제는 자산에 걸맞는 수익을 내야 할 때다."(하나금융지주 관계자)
 
국내 은행들의 내년도 자산성장 목표가 '현상 유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큰 폭으로 늘려왔으나, 내년부터는 가계부채 관리대책 시행 등으로 대출사업이 까다로워지는 데다 자본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내년 자산 성장 목표가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 목표(3%대)에 맞추는 등 보수적인 수준이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바닥까지 추락한 가운데 올해 은행들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에 맞물려 대출 자산을 늘리는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해 수익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자산 성장에 걸맞는 수익은 내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까지 국내은행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는 각각 0.37%, 4.73%로 지난해(ROA 0.31%, ROE 4.05%)에 비해 개선됐으나, 최근 10년간 평균치(ROA 0.60%, ROE 8.04%)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는 정부의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한도가 줄어드는 등 대출 받기가 힘들어진다. 미국 금리 인상 등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도 올해 같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제여건을 보더라도 자산을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올해는 정부 정책 등에 힘입은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들어 10월까지 30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올해 안심전환대출 취급으로 인한 주택금융공사 양도분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자본 규제도 보수적인 자산 성장 목표에 영향을 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은행업과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을 개정해 시스템적 중요 은행(은행지주)에 내년부터 추가자본 0.25%를 적립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내년부터 0.25%씩 오는 2019년까지 총 1%를 쌓아야 한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나 은행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은행지주는 분기마다 경기 상황에 따라 0~2.5% 수준의 경기 대응 완충 자본을 부과 받게 된다. 자산을 늘리면 늘릴 수록 쌓아야 할 자본도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4일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과도한 자산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과 자체적인 리스크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은행권에 당부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과 같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곳은 비은행 계열사들의 비중을 확대하는 자산 성장이 필요하겠지만, 내년부터 자본 규제가 보다 강화되기 때문에 자산규모 경쟁은 이제 옛말"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과도한 자산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과 자체적인 리스크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은행권에 당부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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