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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11.3대책 석달, 남은 불씨마저 꺼질라
2017-02-08 08:00:00 2017-02-08 08:00:00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11.3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대책 발표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급격히 떨어진 '수치'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분양 시장에서 단연 화두로 꼽힌다. 작년에는 연일 고분양가로 주변 집값을 견인했다. 가격이 하늘을 찌르게 오르는데도 견본주택과 청약에는 수천 명이 몰리며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청약경쟁률은 평균 수백 대 1을 기록하며 새로운 단지가 나올 때마다 신기록을 갱신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에는 두 자릿수로 급격하게 떨어졌으며, 올해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한 자릿수의 경쟁률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작년 8월 분양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정부가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한 첫 사례인데다 고분양가 우려에도 4일 만에 완판 됐다. 일반 분양분 69가구 모집에는 6339명이 몰리며 평균 100.6대 1로, 작년 한해 수도권에서 공급된 신규 분양 단지 중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 1가구 공급된 전용면적 130.02㎡T타입의 경우 23억92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63명이 몰렸다.
 
반면 대책 발표 이후인 12월 분양한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는 평균 청약경쟁률 12.3대 1로 1순위를 마감했다. 이어 올해 첫 강남 재건축 분양 단지로 관심을 모은 '방배 아트자이'는 평균 9.8대 1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 수치만으로도 이미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투기수요가 빠지면서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탓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투기수요와 실수요의 구분을 어떻게 지을 수 있느냐는 반문을 할 수 밖에 없다.
 
한 전문가는 "부동산 대책은 어쨌든 나왔고, 정부의 입장에서는 투기수요를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이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단 가시적으로 청약자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니 투기수요가 빠지고 있다고는 볼 수 있겠다"며 "하지만 실수요냐, 가수요냐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더 있다. 대책 이후 첫 분양에서 바뀐 청약기준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면서 부적격자가 늘어났다는 거다. 앞으로도 선의의 청약자들이 뜻하지 않게 부적격자로 분류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거기에 어렵사리 1순위를 모두 마감해도 분양권 전매강화와 중도금대출규제로 인해 잔여물량이 남을 가능성도 커졌다.
 
이를 과연 투기수요가 빠진 청약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만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늘어난 부적격자들은 대부분 대출금 규제와 청약 조건, 전매 제한 강화 등 바뀐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인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일 수도 있다.
 
지난해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과 청약 1순위 자격 강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투기 세력을 억제하고 집단 대출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를 안정화시키겠다는 취지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되, 실수요라는 남은 불씨는 유지하겠다는 정책이었다.
 
대책 시행 후 석 달 사이 금융 옥죄기 까지 더해지며 실수요라는 남은 불씨마저 꺼져버릴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원나래 기자 wiing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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