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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제대로 된 법조계의 개혁을 기대한다
2017-06-12 06:00:00 2017-06-12 06:00:00
개혁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화두로 등장한다. 개혁의 대상으로는 거의 예외 없이 법조계, 교육계, 언론계가 꼽힌다. 문재인 정부 역시 다르지 않게 시작하고 있다. 그 첫 신호탄은 파격적인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거의 10년 만에 야당에서 집권 여당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수사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되는 검찰에 칼을 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법원도 인권옹호가 아니라 정권옹호의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판결들이 있었다. 역시 개혁의 대상이 될 운명이다. 법조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이왕 하려면 정권초기의 통과의례가 아니라 제대로 개혁을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검찰개혁에서 내부의 목소리를 경청하여야 한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다. 이번 정권교체의 결정적 계기가 국정농단이었고, 그 중심에 김기춘, 우병우라는 검찰 출신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소수일 뿐이다.
 
국민들이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검사들이 훨씬 많다. 이름 알려진 소수가 망가트린 검찰을 말 없는 그들이 지켜왔다. 대통령은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출세하기 위하여 내부에서 줄을 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통령도 과감하게 검찰 인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물갈이를 하면 어느 검사에게 소신을 가지고 거악(巨惡)에 정의의 칼을 대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둘째, 법관의 독립을 철저하게 보장하여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독립은 법원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독립도 포함된다. 제왕적 대법원장제라는 말이 회자된다는 것은 법원 내부로부터 법관의 독립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법관 인사와 행정에 관한 권한을 과감하게 분산할 필요가 높다.
 
셋째, 변호사들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문과는 법대, 이과는 의대라는 말이 있다. 국가발전을 위해서 이러한 편중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현실이 이렇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법조계로 우수한 인재들이 집중되어 있다면 이들을 포화상태인 국내 법조시장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국제기구 등 해외진출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현재 각국 대사관에 판사나 검사가 파견되어 있는 것을 변호사들로 대체하여 재외국민에 대한 법률지원 및 국제기구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여야 한다. 국가가 조금만 지원한다면 본래 우수한 인재들이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금방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법률시장개방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면서 이렇게 국제무대에서 역량을 키운 우수한 변호사들을 수출하면 된다. 그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날로 혼탁해지고 있는 국내 법률시장을 살릴 길이다.
 
넷째, 로스쿨을 전면적으로 개혁하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으로 변호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논란은 종식된 듯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로스쿨 제도가 완벽한 제도여서 사법시험을 폐지한 것이 아니다. 필자도 국가의 약속을 믿고 로스쿨에 진학하여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투자를 한 젊은 변호사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로스쿨제도의 근본을 흔들 여지가 있는 사법시험의 폐지를 주장하였던 것이다.
 
도입 10년째를 맞이한 로스쿨 제도 역시 이제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한 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해 법조계의 열등생으로 만들면서 시작부터 차별과 불평등의 굴레를 씌우고 있다. 법조인의 증원과 다양한 영역으로의 진출을 통해 법치주의 국가를 만들고 국민들에게 풍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핑크빛 환상을 심어주고는 청년변호사들이 생계를 걱정하게 방치하고 있다. 모두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할 책무이다. 로스쿨을 낳았으니 제대로 양육할 책임이 이 정부에게 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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