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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공직자의 과거가 미래보다 중요한가
2017-06-22 06:00:00 2017-07-02 18:47:05
인사청문회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국민의 마음은 또 다시 불편하고, 어딘가 어색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회에서 검증하는 제도이다. 취지는 공직후보자가 당해 공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미래를 검증하자는 것이다.
 
현실은 후보자의 미래를 검증하지 않는다. 인간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과거밖에 없으므로, 청문회 주역인 야당은 후보자의 과거를 열심히 뒤질 수밖에 없다. 야당은 후보자의 불행한 과거를 들춰내서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게 만들거나, 대통령으로 하여금 임명을 포기하도록 하여 승리감을 맛본다. 대통령의 조력자들을 낙마시켜 정책수행을 방해하면 반사적으로 야당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여당과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길을 잃고, 국민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재목을 잃어버리는 손해를 입기도 한다. 이런 헛된 쳇바퀴를 과거의 야당은 물론 현재의 야당이 똑같이 돌리고 있다. 여야의 정권이 몇 번 바뀐 이즈음, 청문회의 본래 취지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을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현행 신상털기식 청문회 관행에 따르면,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가 아니라, 소위 ‘범생’들만 고위공직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유비와 같은 범생 인재만으로는 국가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세계무대에서는 관우처럼 지덕체를 겸비한 완벽한 사람도 필요하고, 때로는 장비와 같은 왈패도 필요하다. 우리 앞에는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와 같은 사람들이 서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대화하기도 하고 때로 대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거와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함께 섞여 있어야 한다.
 
인간에게 있어, 과거의 경험이 미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과거가 미래를 그대로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실수와 실패가 사람의 미래를 망가뜨릴 수도 있으나, 그 실수와 실패가 오히려 사람을 크게 성장시킬 수도 있다. 우리들은 젊은이들에게, 젊었을 때 도전하라,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실패와 실수가 ‘큰 그릇’을 만들기 때문이리라. 실수를 거듭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으나, 한두 번의 과거로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옥죄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청문회는 후보자의 과거를 들추어내거나, 흠 없는 범생을 찾는데 전념할 것이 아니라, 그의 나쁜 과거가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는지, 공직에서도 위법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지속할런지에 관한 미래의 논의에 한정·집중해야 한다. 주권자 국민의 관심사는 공직자의 과거가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현재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 미래예측에 대한 인간의 한계는 과거에 집착하는 현행 청문회의 처참한 현실을 자아내고 있다.
 
어차피 청문회의 장점이 과거를 밝혀내는 데 있다면, 청문회는 취임청문회보다는 퇴임청문회에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가 행한 공직수행이 ‘과거’가 되었을 때, 보다 구체적이고 공정한 청문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들 들어, 장관을 마치고 난 뒤, 퇴임하는 장관의 재직 중 행한 권한행사에 대하여 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이 현행 청문회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재직 중 불만을 품었던 국민은 청문회 국회의원에게 당해 공직자의 ‘비리 사항’을 제공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청문은 심도 깊게 진행될 것이다. 퇴임청문절차를 통하여 국민들은 첫째, 공직자의 위법행위를 밝혀서 그 법적 책임을 분명하게 추궁할 수 있다. 청문회에서 드러나 자료는 형사절차에서의 증거가 될 것이다. 둘째, 국정운영에 관한 국민교육이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다. 고위공직자 엘리트들이 ‘맡겨진 재량권’을 행사하기 위해 행했던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청문회 설명은 살아있는 국민교육이 될 것이다. 특히 미래 세대에게는 커다란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다.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행했던 퇴임청문회에 관한 언급이 있다. 즉, 아테네에서는 임기가 끝나 정무 관직에서 물러설 때에, 그 업적에 대해 한 차례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따라서 무능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이름을 공직후보자에 내놓기를 매우 꺼렸다는 내용이다.
 
퇴임청문회제도에 대하여는 ‘공직을 소신껏 수행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반론이 있다. 우리 국민들이 소신껏 공직을 수행한 공직자의 행위를 ‘비리행위’라고 비난할 정도로 어리석다고는 보지 않는다.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같은 마음으로 소신껏 수행한 공무집행에 소소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손가락질 할 국민은 없다고 본다. 퇴임청문회가 두려워서 소신껏 일하지 못할 공직자라면, 그것 자체가 청문회의 청문대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민주주의에서는 공직자를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책임을 엄정히 묻는 것이 더욱 중요한 요소이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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