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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체르노빌, 후쿠시마 그리고 신고리 원전
2017-07-27 06:00:00 2017-07-27 06:00:00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이상기후에 의한 집중호우로 한반도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자연 재해라면 신고리 원전 5호기와 6호기에 대한 정치권 논란은 허리케인급 갈등 재해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고심 끝에 신고리 원전 공사 중단 또는 계속 여부 결정 준비를 위한 기구로 공론화 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탈원전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그리고 신고리 원전 중단을 요구하는 단체들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유출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원전 사고의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1971년 고리 원전이 가동된 이래 총 23기의 발전소가 건립되었고 한국의 에너지 자원 독립에 지속적인 기여를 해왔다. 최근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과 함께 가동이 중단된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 아직 22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인구 밀집 지역에 집중 배치된 발전소에 대한 위험성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지진이나 화재 등 각종 재난에 최대한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건설 중이었던 신고리 원전에 대한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국민들의 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신고리 원전과 관련된 모든 논의가 건설 계속과 중단에 집중되어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다. 원전 논의보다 더 중요한 건 계속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안전성과 건설 중단으로 결정 나는 경우 해당 지역의 첨예한 갈등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 위원회가 선정할 시민 배심원단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신고리 원전 5호기와 6호기를 추가로 계속해서 짓지 않더라도 원자력 발전소 22기는 지속된다. 최대 가동 수명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수십 년을 원자력 발전과 함께 해야 하는 운명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건 사고 예방에 필수적이다. 무모한 실험으로 인류의 재앙이 된 체르노빌 사고로부터 얻는 교훈은 원자력 발전의 일상적인 안전 관리와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경제성에 대해서도 재평가를 하게 된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휴대전화RDD조사 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19%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전기를 얻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하는지’ 물어본 결과 찬성이 59%로 반대 의견보다 거의 두 배 가량 많았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 수단으로서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 조사의 결과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원전의 안전 관리에 대한 내용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처럼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 앞에서 인간이 만든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 관리는 무기력해지고 만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한지 위험한지’ 물어본 결과 위험하다는 우려가 절반을 넘었다. 원전 사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 이후의 대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근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일본 국민들이 입은 원전 사고의 심리적 트라우마는 아직까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 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노력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 신고리 원전 건설 계속 여부와 상관없이 가동 중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안전을 최우선하여 발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특단의 조치를 정부는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신고리 원전 건설이 중단된다면 지역주민에 대한 추가 설득과 관련 산업에 대한 피해와 부담을 완화해주는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판도라의 상자는 몇 개월 후면 열리게 된다. 재앙의 카드를 집어 들지 아니면 희망의 카드를 손에 쥘지는 지금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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