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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융선진화와 금융철학
2017-07-27 08:00:00 2017-07-27 08:16:58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에 혈안이 된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 얼마전 한 금융인으로부터 받은 흥미로운 질문이다. 경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열성 사회운동가가 아닌, 금융회사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금융인의 문제제기여서 답을 찾기 전에 우선 생소하면서도 신기했다. 내부인이 봐도 뭔가 찜찜한 금융회사의 생리, 우리 일반인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금융에 대해 설명할 때 흔히들 '경제활동의 윤활유'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두고 수요와 공급 논리에 맞춰 경제활동이 벌어지고, 이 때 필요한 자금의 중개, 유통 등의 기능을 하는 것이 금융이다.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현금, 신용카드, 대출 등의 각종 수단 등을 통해 개인과 기업은 각종 거래에 임한다.
 
물론 금융의 역할이 자금 중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여유자금을 지닌 사람에게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금융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자금이 필요한 사람과 남는 사람 사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기본목표로 삼아 금융회사는 각종 투자에 나서 수익률을 고객들과 공유한다.
 
문제는 금융회사가 고객과의 상생보다는 자기 수익 극대화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지주들의 올 상반기 실적 호조의 주요한 요인으로는 이자수익이 꼽힌다. 은행이 예금과 대출 이자간 차이인 예대마진으로 이익 높여가는 가운데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증권사의 경우 최근 기업금융(IB)부문이 강조되고 있는데 자기자본 규모를 키워 기업 투자에 앞장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실상은 IB 중 대체투자, 그 중에서도 부동산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금융 선진화라는 것이 비단 금융사의 수익 제고에만 달려있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선진화된 자본주의 서비스란 무엇인지, 금융시장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해야 할 시기다. 규제 완화, IT기술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이익추구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을 버려야 진짜배기 금융 선진화가 이뤄질 수 있다. 금융인에게는 전문지식을 쌓는 것 외에 고객 중심적 가치의 체화가 요구된다. 시민들에게는 '호객'으로의 전락을 탈피하고 금융산업을 주체적으로 바라보게끔 도울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금융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에도 철학이 필수다.
 
금융 선진화를 적극 추진하기에 앞서 위험요소는 없는지도 미리 살펴야 한다. 바야흐로 세계 금융위기 후 10년이 다가오고 있는 시기, 금융의 증권화, 세계화, 전자화 같은 키워드들만 업계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실물경제의 활성화 없는 금융경제의 활황을 경계해야 한다. IMF 사태나 세계금융위기 같은 거대한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대마불사 논리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위기 극복 후 다음 위기가 발생할 때까지 금융회사의 배불리기만 계속되는 구조를 이제는 탈피할 때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체계를 생산적·포용적 금융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의 본질에 대해 언급한 것인데, 이번에는 금융산업 선진화 바람 속 공적기능 강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논의될 수 있을지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 새 정부의 금융 수장들은 규제 완화에 따른 수익을 금융회사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금융 정책과 감독 사이의 균형, 큰 구호와 세밀한 그림의 조화를 기대한다.
 
김나볏 프라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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