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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경제 새 판짜기의 시작 '부자증세'
2017-08-04 06:00:00 2017-08-04 06:00:00
2분17초 먼저 태어난 '명수'와 '현수'는 일란성 쌍둥이다. 국밥집을 하는 엄마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큰 아들 현수에게 기대를 걸고 모든 혜택을 몰아준다. 엄마는 작은 아들 명수에게 국밥 배달을 시키고 형 대신 군대, 심지어 감옥까지 대신 가게 한다. 결국 엄마는 큰 아들을 검사로 만들지만 작은 아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엄마는 성공한 아들이 나머지 가족의 은공을 갚기 위해 돌보아 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을 터. 이미 출세한 형은 동생의 희생을 끝없이 요구하고, 형과 동생의 재산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영화 '역전의 명수' 이야기이다.
 
역전의 명수 이야기는 지금까지 한국의 재벌·서민과 닮은꼴이다. 기업 성장의 이면에는 정부의 특혜융자와 세 감면, 소비자와 낮은 임금 근로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영화 속 엄마로 볼 수 있는 정부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면서 재벌을 키웠는데 과거 이명박정부가 법인세를 낮춰줬고, 박근혜정부 들어서까지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나마 2014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기업의 이익이 가계 소득증대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지만 주식부자 배만 불렸다.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설비 투자금액의 일부를 세액공제해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도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돌아갔다. 
 
이같은 점에서 경제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은 방향이 확실하다. 기존의 '모방·추격형 전략'을 통한 '낙수효과'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과거의 패러다임이라고 판단하고 그 첫번째로 '세금'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먼저 상위 1%의 초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소득세 최고세율 5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기존 40%에서 42%로 인상했다. 적용대상자는 약 9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연봉 5억5000만원을 받는 사람의 세부담은 연 400만원 정도 늘어나는 수준이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누진세율 도입도 눈에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분율이 1% 이상이거나 종목별 보유액이 25억원이 넘을 경우 세법상 대주주로 구분돼 주식양도 차익의 과세 대상이 되고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은 대부분 주식양도차익을 개인소득으로 취급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에게는 해당하지 않은 실정이다. 금융소득 과세의 효율화를 위해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정상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28년만에 법인세 최고세율도 올렸다. 정확히 말하면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린 '부자감세' 이후 9년만에 환원이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으로 해마다 연 2조6000억원의 세수를 걷어들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부담은 일부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작년 신고기준 과표 2000억원 초과 법인 수는 129개로, 전체 64만5000개의 0.02%에 불과하지만 부자증세 포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크다. 증세안이 또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어떤 우여곡절이 있을 지 알 수 없지만 새 정부의 새 판짜기 시작으로 '부자증세'를 꼽았다는 점에서 5년 후쯤 어떻게 나아져 있을지 궁금해 진다. 핀셋증세라 일컬을 만큼 극히 일부 부자의 증세로 시작된 세법개정안이지만 앞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모아져 소득격차가 줄어드는 긍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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