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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당장(黨章) 수정과 시진핑의 '영도(領導)'
2017-10-10 08:00:00 2017-10-10 08:00:00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회가 다음주 개최될 예정이다. 시진핑 정부 집권 2기 정책 방향이 제시되고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될 것이다. 그리고 당의 헌법이라는 당장(黨章) 수정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19대를 계기로 구성될 시진핑 주석 집권 2기 새로운 포메이션은 광범위한 정책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국내외 정치와 경제, 외교 등 제반 분야에서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게다가 중국공산당 집권의 통치정당성과 합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당장의 수정 여부이다.
 
당장이 수정되느냐 수정되지 않으냐는 이미 큰 의미가 없다. 이미 지난 9월 18일 정치국 회의에서 당장 수정을 중앙위원회에 권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치국의 요청에 따라 중앙위원회는 10월 11일 열리는 18기 7중전회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올리고 당장 수정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 중앙위원회에서 뒤집어지는 게 사실상 어렵다. 주요 관심사는 어떤 내용으로 당장이 수정되는냐가 관건이다. 혹자들은 ‘시진핑사상’이 당장에 삽입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시진핑’이라는 이름이 빠질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당장 수정이 아예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 수정이 주목 받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지도사상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시진핑 관련 수정 내용이 반영되느냐 여부이다. 일반적으로 지도사상의 반영은 집권 기간 일정한 성과를 바탕으로 당내 합의를 거쳐 임기 종료와 함께 ‘시혜적 차원’에서 대부분 이루어졌다. 당장 수정을 거쳐 당의 지도사상으로 추인된 ‘덩샤오핑 이론’이나 ‘삼개대표 중요사상’, ‘과학적 발전관’들이 모두 덩샤오핑이나 장쩌민, 후진타오의 임기 종료와 관련된 일종의 ‘보은’ 성격이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이제 장주기 10년 집권의 전반기 5년을 마쳤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수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도사상 관련된 분분한 논의 혹은 프로세스는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당장의 수정은 특정 시기 당이 이룩한 정치, 조직, 이론 등 제 방면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중국화를 체현한 ‘매우 성숙된 특정 정도’를 반영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중국화 성숙 정도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당장 수정이 이루어지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지난 15기 7중전회에서 16대에 제청한 당장 수정안에 대해서 “실천과 증명을 통해서 (조건이)성숙했으면 고치고 성숙하지 않으면 고치지 않는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조건의)성숙은 18대 당장 수정 관련 당대회 대변인의 “당내 이미 공동 인식의 내용이 형성되었으면” 수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부연 설명되었다. 즉 실천을 통해서 검증되고 이것이 당내 충분한 공통 인식이 형성되면 당장이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당장의 수정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제기된다. 먼저, 시대적 조건이나 당이 처한 상황이 변화하여 당장의 기존 내용이 현 시대 상황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 수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새로운 규정 혹은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 당장을 수정 혹은 개정한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확인되지 못하거나 규정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서 당장을 손질한다. 9월 18일 정치국 회의에서 제안한 당장 수정의 조건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임무’에 부응하기 위해서 당장을 수정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대 상황이 변화하여 새로운 내용을 당장에 담아야 하고 이미 이 문제에 대해서 당내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19대에서 당장 수정이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건은 당장의 수정이 지도사상의 변화 혹은 부연으로 이어지느냐이다. 최근 18대 5년 동안의 경험과 성과 그리고 시진핑 주석 개인에 대한 높은 평가를 담고 있는 선전물 등이 대량 증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시진핑 주석 개인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도력과 영도력 그리고 시대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자연스럽게 당장 수정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지도사상으로서 이른바 ‘시진핑사상’의 당장 수록 가능성을 높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강력한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 중국의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바로 소위 ‘시진핑사상’을 지도사상의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역사성을 설명하는 필요충분조건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현 흐름이 자연스럽게 시진핑 주석 개인의 권위 강화로 이어지고 그 종착점에 지도사상의 수록 여부가 있다는 점이다.
 
중국공산당의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보면 이른바 당내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지난 시기 실천과 경험을 통해서 확립되어 가는 중이다. 이번 19차 당대회에도 매우 정례화된 제도적 기반 위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보면 매우 수용 가능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이는 통치 합법성을 높이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수정과 관련된 일련의 중국내 움직임이나 시각을 보면 여전히 ‘영도’에서 나오는 권위를 무시할 수 없다. ‘영도력’을 갖춘 개인 권위가 여전히 중시되고 있고 최근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이다. 이는 중국공산당 통치의 자신감의 표현일수도 있고, 취약함의 반영일 수도 있다. 이제 일주일 남은 당대회에서 당장 수정을 통한 지도사상의 변화 여부가 중국공산당의 자신감 혹은 취약성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사상의 변화는 사유체계와 가치체계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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