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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일만에 미사일 발사한 북한…대북제재·압박 가시화 전망
문 대통령 "군사 모험주의서 평화 불가능"…한국 독자제재 카드도 만지작
2017-11-29 18:32:26 2017-11-29 18:32:26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북한이 29일 새벽 동해안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 지난 9월15일 이후 75일 만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에 나서면서, 한때 훈풍 가능성이 보였던 동북아 정세는 다시 긴장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 발사 후 정부 성명을 통해 “오전 2시48분(우리시간 3시18분) 평양 교외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을 발사했다”며 “정점고도 4475㎞까지 상승해 950㎞의 거리를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주변국들의 물밑 노력에 북한이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면서, 당분간 유엔(UN) 등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제재·압박 기조가 한층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이 도발적인 군사 모험주의를 멈추지 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역량 확보 일환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의 강경대응도 예상된다. 통상 미사일 비행거리가 고도의 2∼3배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만㎞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단순 계산으로는 미국 본토타격이 가능한 거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가 다뤄야 할 상황”이라며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바뀌느냐는 질문에는 “바뀌는 것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군사옵션 사용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최고의 경제·외교적 압박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독자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북한 미사일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대화를 선택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한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해 나갈 것이며 어쩌면 필요한 만큼의 독자적 대북제재 검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미국이 취하고 있는 제재에서 우리가 선택적으로 공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경제제재 등 또 다른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연내 추가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 후 브리핑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정원이) 있다고 한다. 배제하지 못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날 북한이 성명에서 “오늘 비로소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선언한 가운데, ICBM 기술을 완벽히 확보했는지를 놓고는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ICBM으로 갖추어야 할 사거리 측면에서는 기본적인 능력을 지닌 탄도미사일로 본다”면서도 “북한이 (ICBM 성공 척도인) 재진입 관련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북한이 7월28일에 발사했던 화성-14형과 마찬가지로 탄두가 세 개로 갈라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발사 실패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탄두가 갈라진 것은, 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번에 고각발사 실험에 나선 것도 아직 재진입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재진입 기술을 검증하려면 실거리 정상발사를 했었어야 한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만약 북한이 이번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기술적 자신감을 얻었다면 올해 내에 화성-14형 실거리 발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새벽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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