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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맹목적 지지는 비난보다 악하다
2017-12-27 09:16:38 2017-12-27 09:28:05
거칠었던 ‘문빠’ 논쟁 끝에 24일 서민 교수가 사과했다. 대신 “문빠의 존재가 문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문빠에 대한 비판적 발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는 전제를 달았다. 동의한다.
 
‘빠’는 특정 대상을 맹목적으로 찬양 또는 비호하는 무리를 얕잡아 부르는 비속어로, 상대를 폄훼하기 위한 저의가 깔려 있다. 단어 자체가 지니는 혐오감 때문에 ‘빠’의 사용은 자제돼야 마땅하다. 물론 정치인들 중에서는 “나도 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하지만, MB조차 ‘빠’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인의 삶과 철학, 행동이 국민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요원한 일이다.
 
정치인들이 ‘빠’를 갈망하는 것은 행동하는 조직적 힘에 있다. 상대의 정치적 공세를 버틸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이 되며, 선거에서는 외연 확대를 꾀하는 전위대로 선다. 무엇보다 자발성이 담보되기 때문에 대규모의 자금 지원도 필요치 않다. 돈으로 움직이는 기존 조직보다 대중성 획득도 용이하다.
 
문제는 ‘공격성’에 있다. 특히 일부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보이는 과격함은 선의를 가진, 다수의 지지층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들만 모를 뿐이다. 정부 출범 초기 열풍을 보였던 “우리 이니(문 대통령 애칭)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은 문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응원이지만, 법과 원칙이 빠졌다. ‘견제’라는 삼권분립의 대원칙과도 배치된다. 더욱이 피아 구분 없이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독설에 안희정 충남지사마저 “질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언론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는 영부인에 대한 호칭을 계기로 문 대통령 극성 지지층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으며, 절독운동 등의 경고 끝에 ‘씨’에서 ‘여사’로 호칭을 바꾸며 굴복해야 했다. 호기로 치부하고 아량으로 덮을 수 있는 일을 감정싸움으로 끌고 갔다. <오마이뉴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일부 기자는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 만신창이가 돼야 했다. 그렇게 한·경·오마저 적으로 돌렸다.
 
심지어 이달 문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 빚어진 기자 폭행 사태에 대해 참여정부 홍보수석을 지냈던 조기숙 교수는 과한 취재열기를 탓하며 “중국 경호원에게 맞는 것도 직업적 열정의 결과니 자랑스럽게 받아들이라”고 비아냥댈 정도다. 이들이 말하는 ‘기레기’ 비판에는 백 번 동의하지만 기자도 제 나라 국민이다.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 맞아도 마땅한 직업 또한 없다. 오히려 대통령 순방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은 문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결례로 받아들여야 마땅했다. 더욱이 국빈 방문 아니었던가.
 
민주주의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견제와 감시, 비판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할 이 기능들의 실종이다. 청와대 내에서조차 잡음이 일었던 인사에 대해 나는 저들이 비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맹목적 지지와 옹호는 때로 궤변과 함께 상대를 헐뜯는 잘못된 지지로 전락했다.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상대에 대한 배려는 없으며, 오직 선악 이분법적 규정과 공격만이 난무한다. 자신들이 그토록 증오했던 과거의 굴레로 문 대통령을 끌어들이고 있다.
 
본디, 지지는 비판을 담는다. 이는 애정이 없는 비난과 다르다. 내부로부터의 비판은 더욱 써, 그 효과 또한 크다. 수없이 달릴 비난 댓글이 무서워 입을 닫은 언론과 지식인들로서는 사회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 비판의 둑을 지지층이 먼저 허물어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문 대통령을 지키는 길이다. 나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극성 지지층이 지금 보이는 행태는 경계한다. 맹목적 지지는 비난보다 악하기 때문이다. 
 
김기성 산업1부장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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