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가상화폐 규제, 유연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2018-01-16 08:00:00 2018-01-16 08:00:00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가 도무지 식을 줄 모른다. 작년 하반기 한반도에 상륙한 가상화폐의 태풍은 시간이 흘러가면 에너지를 잃어버리면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오히려 시중의 부동자금을 왕성히 흡수하면서 자체 풍속계의 수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가상화폐의 가격상승 흐름에서 관찰되는 중요한 특징은 투자의사결정이 사두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사실 주변에서 가상화폐의 작동원리나 경제적 발전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거래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냥 지금까지 보여준 어마어마한 수익률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에 별다른 거부감없이 거래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관찰되는 가상화폐에 대한 이러한 맹신은 투기적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안정을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과열되고 있는 가상화폐시장에 대해 정부는 다소 의외의 방향성으로 대응하는 듯하다. 거래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금지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규제수단이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실행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부동산시장에서 투기적 수요로 인해 종종 과열현상이 나타남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과열이 아무리 심해도 부동산의 거래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대출규제라든지 양도소득세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여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는 거래금지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규제이익이 거래금지로 인한 시장위축이 야기하는 비용에 비해 더 크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비해 가상화폐는 아직 우리의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별로 없으니 거래금지로 인한 비용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경제활동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데에 많은 시장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거래금지로 인한 비용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시장위축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어느 한 면에 대한 규제 강화는 다른 면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가상화폐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버블은 억제가 필요한 위험요소가 분명하다. 이전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우리는 투기적 수요에 의해 시장이 과열되었을 때 어떠한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알고 있으며, 자산가격에 형성된 버블이 붕괴되었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를 보아왔다. 그렇기에 많은 언론에서 가상화폐의 폭발적인 가격상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고, 정부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강화를 천명해 온 것이다. 다만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는 좀 더 합리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정히 평가하자면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이 아직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어떻게 발전해갈 지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아는 것이 많지 않으니 일단은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현명한 접근방식이 아닐 것이다. 유용한 쓰임새가 있을 것 같으니 다소간의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제대로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방향성은 시장의 기능강화와 투명성 제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신속히 가상화폐의 경제적 실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제도권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제도권으로의 편입을 통해 시장참가자들의 평가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투자자보호 및 시장의 정보제공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정비해가면 될 것이다.
 
해외의 가상화폐 규제방향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고려해 보아야 한다. 국내의 가상화폐 규제가 지나치게 극단적인 방식을 취한다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관련된 자금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국가로 떠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블록체인이 가진 탈(脫)중앙집중화의 특성으로 인하여 국경이라는 경계가 주는 제약이 상대적으로 약한 영역임을 감안한다면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규제태도를 가지는 국가들과 공조를 이루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시장발전을 위한 정부의 유연한 정책적 대응을 기대해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