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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누가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인가
2018-03-07 06:00:00 2018-03-07 11:21:34
지난해 12월 태어난 아기 2만5000명 보다 더 많은 2만6900명이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에서 출생사망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가 출생자를 웃돌았다. 달리 말해 인구가 1900명 자연 감소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날씨가 몹시 추웠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싶다. 그렇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의 수, 즉 합계출산율도 2017년 1.05명으로 전년보다 0.12명 감소했다. 정부의 예측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역대 정부는 인구유지를 위해 저출산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나름대로 애써왔다.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출산과 양육, 고용, 주택, 교육 등 다양한 출산촉진 정책을 제시해 왔다. 2015년까지 80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한다. 정부의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출산율은 하락을 거듭해 왔다. 다른 정책의 경우 이 정도 예산을 들이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난다. 그런데 출산장려 정책만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다.
 
이 시점에 눈여겨봐야 할 현상이 하나 있다. 젊은이들의 혼인기피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혼인건수는 2011년 32만9000여건에서 2017년 26만4600건으로 감소했다. 때문에 앞으로 출산율이 더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젊은이들의 혼인감소는 결혼이후의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왜 그럴까? 우선은 요즘의 젊은이들이 직면한 현실이 어렵다. 취업하기 어려운 데다 집값과 교육비, 그리고 각종 생활비는 비싸다. 그러니 결혼하겠다고 결심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 젊은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무엇을 보았는가. 지금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젊은이들은 베이비붐세대의 아이들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때 고도경제성장의 혜택을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장년 이후로는 깊어가는 양극화의 파고 속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조기퇴직과 ‘노동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자녀들을 키우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학자금과 사교육비 부담으로 시달려야 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그러니까 2000년대 초반 대학등록금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돌았다. 게다가 외고와 자사고 등의 광풍까지 불어 학부모들의 등골을 빼먹었다. 자신의 노후를 위한 저축은 엄두를 낼 수도 없었다. 노후에는 어떤 가난과 병고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 못한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가 자신들을 그렇게 힘겹게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났다. 그 현실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겁먹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후 부모들이 겪었던 과정을 똑같이 겪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요즘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일종의 모험처럼 여겨진다.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면서 어찌 출산율 높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나마 국가공동체에 우애라도 있어야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은 11조원 넘는 순이익을 냈다. 2011년(14조5000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이다. 이렇게 많은 이익을 낸 은행들이 우리 사회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지 모르겠다. 재벌들의 거액 내부유보나 사립대학의 과도한 적립금 등도 마찬가지이다. 연세대와 동국대 등 일부 사립대학은 청소노동자까지 구조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자신들의 이익만 탐하는 ‘인간오리’들만 가득하니 우리 사회는 어느새 ‘약육강식’의 정글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장차 낙오자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낙오자가 되지 않고 살아남는다 해도, 그 과정은 참으로 힘겹다.
 
그러니 젊은이들은 이렇게 힘겨운 여정과 정글 같은 사회를 견뎌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겠다는 것 아닌가. 정부도 재벌도 금융기관도 학교도 종교기관도 이런 젊은이들게 용기를 주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의 저출산 현상은 사물의 이치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다.  이유가 어떻든 지금과 같은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좀먹는다는 우려가 크다. 그래서 정부는 대책을 새로 짜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과연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까?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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