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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기업은행, KT&G경영참여에 뒷말 나오는 까닭
2018-03-13 06:00:00 2018-03-13 06:00:00
백아란 금융부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 자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데서 나온 이 용어는 기관투자자가 피투자 회사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자율지침을 뜻한다.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해 기업의 지속성장에 기여하고, 건전한 자본시장을 견인한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선한 의도는 때론 오해의 소지를 낳기도 한다. 
 
기업은행의 경영참여가 그 대표적인 예다.
 
KT&G의 2대 주주인 기업은행(지분율 6.93%)은 지난해 돌연 KT&G 지분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유가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위한 첫 행보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주주가치 제고를 방패로 삼아 백복인 KT&G사장의 연임 반대와 은행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안건으로 내걸면서 뒷말이 나온다.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가 CEO의 연임 제동에 이용되면서 관치 논란을 불러서다.
 
앞서 기업은행은 백 사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글로벌 의결권자문기관인 ISS에 콘퍼런스콜 개최를 제안하는 한편 이사회 참여 이사 수 확대와 은행 추천 사외이사 2명 선임도 요구했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기업은행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소기업 등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은행의 행보를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한 가지 근거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기업은행의 경우 대주주가 기획재정부 등 대한민국 정부로 지분 55.2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한 기관투자자로 분류하기에 석연찮다.
 
KT나 포스코와 같이 민영화된 공기업에서 정권교체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폐단이 되풀이됐고, 기업은행의 경영개입 역시 친정부 성향의 낙하산 인사 선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를 벗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민간기업 인사불개입 원칙’을 강조했음에도 정부 지분이 담긴 기업은행이 민영기업에 경영압박을 가하면서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부당한 경영 간섭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특히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의결권 자문기관 상당수가 백 사장의 재선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금융감독원 조차 기업은행이 제기한 백 사장의 분식회계에 대해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이 과연 선한 의도를 가지고 주주권을 행사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은행은 기업지원을 위해 탄생한 만큼, 국책은행 본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염불(건전한 자본시장 견인)보다 잿밥(인사 개입)에 관심이 많으면 곤란하다.
 
백아란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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