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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재테크 의사결정시 감정 제거하라
2018-03-28 08:00:00 2018-03-28 08:00:00
올해 초부터 부동산투자 인터넷카페를 자주 들락거리고 있다. 관련 제도가 바뀌는 시기라 투자자들의 반응과 대응이 궁금해서다.
 
회원 수가 많으나 적으나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요즘 이런 곳에서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시장을 옥죄는 대책을 연달아 쏟아냈으니 반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할 터.
 
굳이 카페 회원들의 원색적인 비난까지 옮길 필요는 없겠지만, 난데없이 북한과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언’과 그에 동조하는 댓글, 댓글에 달린 댓글이 백여 개 꼬리 물었던 게시글이 생각난다.
 
그 글을 보고 문득 궁금했다. 하여 댓글로 공손하게 물었다. “전쟁이 나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그 나라 자산가격은 폭락할 텐데, 전쟁난다면서 왜 다들 아파트를 구입하시죠? 지금이라도 아파트 팔아서 금이나 달러를 사야 하는 것 아닐까요?” 도로 한가운데 뚜껑 열린 맨홀을 발견한 자동차 행렬처럼, 다들 질문을 피해서 달릴 뿐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 대답이 없다.
 
모름지기 재테크를 하겠다면 “그럴 것이다”라는 전망과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여러 근거자료를 종합해 합리적으로 추론하고, 여기에 ‘가능성’, ‘확률’을 반영한 ‘현실성’을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개인의 감정까지 섞이면 도출된 결론은 오염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 결론에 기초해 실행하는 재테크도 빗나갈 확률이 높다. 10년 전부터 줄곧 ‘부동산 폭락’을 외친 모 인사의 주장이 신뢰를 잃었던 이유도 못 맞혀서가 아니라,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그렇게 돼야 한다”는 당위와 바람을 버무렸기 때문이었다.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그렇게 돼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자기감정을 제거해야 한다. 자꾸 연습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연습해도 잘 안 되는 것이 있다. 내 안의 ‘이해상충’을 정리하는 일이다.
 
부도덕한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진다. 기업은 위기 탈출을 위해 폭탄세일을 벌이고 불매운동을 외치던 소비자도 대형마트 진열대에 놓인 반값 상품에는 마음이 흔들린다. 민자도로의 비싼 통행료를 욕하던 운전자가 통행료 수입을 배당하는 펀드에 투자한 뒤로 지자체의 통행료 인하 압력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월급명세서를 보며 세금 많이 뗀다고 툴툴대는 직장인은 연말정산 때 공제항목 줄어든다고 툴툴댄다.
 
나의 신분, 내가 속한 조직과 처지에 따라 내가 규정된다. 그로 인해 내 안에서도 갈등이 생긴다. 나는 월급쟁이 피고용인이면서 고용인과 한 배를 탄 자본가(주주)이고, 소비자인 동시에 기업의 마진이 증가하길 바라는 투자자다. 전세 세입자인데 또 투자한 아파트도 있는 집주인이다. 세제혜택 상품이 많아지길 바라는 금융소비자이고 세금 좀 덜 냈으면 좋겠는 납세자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신분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노래가사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시시때때로 이해관계가 뒤엉키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이익에 맞춰 순간순간 얼굴색을 바꿔가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부디 자기자신을 속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재테크는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눈앞의 돈보다 자기 삶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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