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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유감스런 가격인상 타이밍
2018-05-08 16:01:15 2018-05-08 16:01:15
연초부터 시작된 물가 상승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곳곳에 부담을 더하는 모양새다.
 
최저임금 인상이 빌미가 됐다. 올해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수준인 16.4% 올라 시간당 7530원이 됐다. 그러자 커피·한식·중식·베이커리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뤄졌다. '최저임금이 올라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를 앞세우면서다. 여기에 서민들이 즐겨찾는 삼각김밥, 샌드위치, 분식뿐 아니라 즉석밥과 냉동만두 등 가공식품 가격인상도 곧 뒤를 이었다.
 
배달 서비스도 유료화 바람이 분다. 교촌치킨은 이달부터 치킨업체 중 처음으로 배달료 2000원을 추가해 판매하고 있다. 치킨가격은 동결했다지만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여겨진다. 경쟁사들이 동참할 경우 국민간식 치킨 한마리 가격 2만원은 보편적인 수준이 될 전망이다.
 
프랑스 명품브랜드 샤넬도 오는 15일부터 가방과 신발 등 일부제품 가격을 약 11% 올린다. 혼수철이라는 타이밍을 골라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글로벌 정책과 환율변동에 따른 조치라지만 이미 지난해 5월, 9월, 11월의 가격인상에 이어 올 들어서는 화장품 가격도 올린 바 있다. 결혼준비로 혼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에 맞춘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 상영시장의 97%를 독점하는 멀티플렉스 3사도 기막힌 타이밍에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점유율 50%가 넘는 CGV가 지난달 11일 가장 먼저 티켓 가격을 1000원 올리자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도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폭으로 티켓가격을 올렸다. 문제는 4월25일 상반기 헐리우드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어벤져스3)' 개봉 전후 시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이다. 참여연대는 부당한 인상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영화관 3사를 신고했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인건비, 원재료, 임대료 등 다양하다. 하지만 눈치보기로 일관하던 식음료업계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작심한 듯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대작영화', '혼수마련' 등 특수에 맞춰 한술 더 뜨는 모습은 소비자들에게 배신감마저 안긴다. 시간당 6470원의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올랐다는 기쁨을 누릴 시간은 청년들에게 아주 짧았다. 시급보다 더 크게 오르는 물가에 '밥 먹고, 영화보고, 차 마시고'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씁쓸한 요즘이다.
 
김보선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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