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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에 밀린 라면, 해외에선 고속성장
월마트 이어 아마존고 뚫은 농심…해외매출 1년새 2배 뛴 삼양식품
2018-05-10 17:31:46 2018-05-10 17:31:46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간편식 제품이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고속성장하며 라면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라면 제조사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다. 글로벌 유통망에 진입하는가 하면 해외 관광명소와 연계한 마케팅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서는 중이다.
 
10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상위 라면업체 4곳의 지난해 매출은 1조98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2조400억원 대비 2.6% 감소한 수치로 '2조원대' 벽이 무너진 셈이다.
 
내수시장 정체에 직면한 라면회사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해외시장이다.
 
업계 1위 농심이 가장 분주하다. 농심은 월마트에 이어 최근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의 무인점포인 아마존 고에 '신라면 블랙'을 입점시키며 미주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 라면 시장에서 일본 마루찬, 니신 다음에 시장점유율 3위다. 미국은 라면 시장규모가 세계시장 5위로 중국을 잇는 주요시장이다. 지난해 농심 미국법인의 매출은 2239억원으로 전년보다 9.4% 증가했다.
 
아마존고에 입점한 제품은 2011년 출시된 프리미엄 라면으로, 해외에서는 중국·미국의 농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 고에서 신라면 블랙을 매장 전용 쇼핑백에 담아 나오면, 미리 등록한 카드로 자동결제가 완료된다. 현재 아마존 고 매장은 전 세계에서 시애틀 한 곳에서만 운영된다. 신라면 블랙은 브랜드 역량을 인정받아 아마존고에 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농심은 지난해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4692개)에 신라면 입점을 완료했다. 월마트 전 점 입점은 신라면이 세계적 브랜드로 입지가 확대됐음을 보여준 사례다. 실제 월마트가 미국 전역에 판매하는 식품은 코카콜라와 네슬레, 펩시, 켈로그 정도뿐일 만큼 농심의 입점은 큰 상징성을 가진다는 평가다.
 
농심은 최근 구글과 함께 신라면 해외 광고를 공동 제작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에 약 70억원을 투자해 로스앤젤레스(LA) 생산시설의 라인을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현지 생산기지 확대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삼양식품은 국내 시장에서 3위로 주저앉았지만 해외시장에서 만큼은 매출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회사다. 실제 삼양식품의 2016년 900억이던 해외매출은 1년 새 2052억원으로 2배 넘게 늘어났다. 세계 속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은 불닭볶음면이 이같은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최근엔 세계 최고 관광 명소로 꼽히는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빌리지'에서 삼양라면 판매를 시작하며 글로벌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옐로나이프는 미국 항공우주국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로 오로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에 조성된 '오로라 빌리지'는 필수 여행 코스로 꼽힌다. 이번 입점으로 삼양라면은 오로라 빌리지에서 판매되는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 라면이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조 한국 라면의 맛을 전 세계인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동시에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반응을 통해 신규 시장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앞으로도 세계 주요 관광 명소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삼양식품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5월엔 나이아가라 폭포 내 푸드코트에서 불닭볶음면을 선보일 예정이며, 하반기 중에는 멕시코 최대 항공사인 '에어로 멕시코'의 국제노선에 삼양컵라면을 공급할 계획이다.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도 러시아에서 국민라면으로 통한다. 도시락의 러시아 내 시장점유율은 60%에 이를 정도다. 1990년대 말 러시아 법인을 설립한 팔도는 지난해 러시아 내 누적판매량 45억개가 팔려나갔다. 국민 라면답게 러시아 전역에서 도시락을 맛볼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의 경우 주요 관광명소는 물론 시골의 작은 매장에서도 도시락을 만나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까운 중국은 수입라면시장 절반 이상이 한국산 라면이고, 이제 미주와 유럽시장까지 개척이 이뤄진 만큼 라면의 수출규모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간편식이 득세를 부리는 국내 시장에 한계를 느끼면서 글로벌 마케팅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고에서 신라면 블랙을 구입한 현지인 고객. 사진/농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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