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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김군을 기억하자
2018-05-24 06:00:00 2018-05-24 06:00:00
'구의역 김군'이 숨진 지 벌써 2년이다. 당시 19살이던 어린 김군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던 중 역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미쳐 피하지 못했다. 스크린도어 점검은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었지만 인력부족을 이유로 김군은 홀로 작업에 나서야 했다.
 
모든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김군의 가방에서 나온 컵라면이었다. 사람들은 남겨진 컵라면을 통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쫓기듯 내몰린 김군의 현실을 마주했다. 이후 구의역 9-4 승강장은 그런 김군을 추모하는 메모지로 온통 뒤덮였다.
 
‘얼마나 배고프셨어요. 얼마나 아프셨습니까. 또 얼마나 힘이 드셨어요’, ‘가슴이 너무나 먹먹한 오늘입니다. 미안합니다’ 등 김군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이 있었고, ‘더 이상 너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끝가지 싸울게’, ‘이 죽음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품고 가겠습니다’처럼 다시는 똑같은 비극을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이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2년 사이 우리 사회는 제2, 제3의 김군을 만나야 했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지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고 이한빛 PD, 통신사 고객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려 생을 마감한 홍수연(19)양, 제주도에서 현장 실습 중 사고를 당한 이민호(19)군…
 
공통적인 건 누군가의 잘못된 업무 지시와 불합리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참사였다. 남겨진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자책뿐이었다. 구의역 사고 이후 현장을 찾은 김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를 기르면서 책임감 있고 반듯하라고 가르쳤다”며 “그렇게 키운 게 미칠 듯이 후회가 된다”고 자신을 원망했다. 고 이한빛 PD 어머니는 “저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한빛아, 거기 아니면 네 꿈을 펼칠 곳이 없겠니’라고 강하게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아직 우리 사회가 구의역 김군을 잊지 않았다는 움직임이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 30여개의 단체는 이번주를 구의역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오는 26일 구의역 추모 문화제를 진행한다.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를 산하기관으로 둔 서울시 역시 그간의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안전의 외주화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검찰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유발한 혐의로 기소된 정비용역업체 은성PSD 대표 이모(64)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 하나. 우리 모두 제2, 제3의 김군을 잊지 말자.
 

조용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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