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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반짝 스타' 넘어 '유니콘'으로
2018-06-07 06:00:00 2018-06-07 06:00:00
원히트원더(one-hit wonder)라는 말이 있다. 노래 한 곡 혹은 앨범 하나가 히트를 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후속곡이 부진해 반짝 인기에 그치고 마는 가수를 빗댄 용어다. '반짝 스타'는 비단 대중가요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계에서도 수많은 원히트원더가 존재한다. 원액기, 전기조리기기, 전기밥솥, 스팀청소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이름만 대면 모두들 알 법한 제품들, 그러나 잊혀졌거나 잊혀져 가는 제품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중소기업계다.
 
한 제품만 히트치는 데 그쳤더라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기만 한다면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나만 제대로 만들자는 철학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장인정신에 입각해 만든 한 제품으로 수백년간 사랑받는 기업들도 분명히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바뀌는 게 소비자의 마음이며, 특히 국내 소비자는 브랜드 가치와 트렌드 모두에 민감하다는 이중적인 면모마저 지니고 있다. 한두 제품만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는 국민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게 쉽지 않은 첫번째 이유다.
 
다른 이유도 있다. 중소기업 중 흔들리지 않는 연구개발(R&D)로 제품의 완성도를 끊임없이 높여가는 경우가 사실 많지 않다. 녹록치 않은 대내외 환경 속에 중소기업은 숫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글같은 시장 환경 속에 빠르게 성장하지 않으면 이내 따라 잡히거나 아이디어를 갈취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늘 쫓기며 사업하다보니 혹여 제품이 인기를 얻게 되더라도 끊임없이 기업규모, 사업규모를 늘려가는 데만 몰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위기가 닥치면 그때서야 박리다매식으로 부랴부랴 제품 처분에 나서기 일쑤다. 주목할 만한 중소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최근 중소기업의 기업공개(IPO) 계획들이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다.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한 후 성장세를 이어가려는 중소기업과 투자금융 분야의 치열한 경쟁 속 틈새시장을 노리는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그간 들였던 자금을 회수하거나 새로운 투자 자금을 끌어모으려는 이같은 움직임은 일차적으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그간 IPO 전적을 돌아보면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내실을 기하며 탄탄하게 기업을 키워온 경우 당연히 증권투자자들에게도 사랑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원히트원더들은 상장 후 반짝 주목받다 이내 곤두박질치곤 했다. 상장을 준비하면서 사업 다각화, 해외시장 진출 등 각종 카드를 꺼내들며 투심을 유혹해보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사업다각화건 해외 진출이건 간에 실체가 모호하거나 설익은 게 감지되는 순간 여지없이 외면한다.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장에서 사실 성공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게 첫 성공을 거뒀다면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원히트 이후다. 더 큰 기업,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창업초기에 품었던 간절한 마음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자의 니즈와 틈새시장을 잽싸게 잡아 파고들었던 그때, 그러면서도 가능한 리스크들을 수없이 따지며 나아갔던 그때 그 감각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필요한 감각이 있다. 바로 자기 객관화다. 성과에 쉽사리 취하고 무리한 사업확장에 나서는 대신 기업의 현재 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반짝 스타'를 넘어 '유니콘' 기업이 되기위해 갖춰야 할 필수덕목 아닐까.
 
김나볏 중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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