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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다시 부상한 삼성의 ‘뜨거운 감자’
2018-07-04 06:00:00 2018-07-04 11:59:13
1일부터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이 시작됐다. 대상 그룹은 삼성, 미래에셋, 현대차, 한화 등 모두 7곳이다. 이 가운데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단연 삼성이다. 
 
금융사와 비금융사가 얽힌 가운데 복잡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 지분 때문에 삼성 금융그룹의 통합 자본비율은 현재 329%에서 110%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금융감독원 시험평가 결과 판명됐다. 오랜 기간 숨어있던 ‘뜨거운 감자’가 세상에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20일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의 경우 금융회사가 단계적·자발적 개선 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두고 삼성의 조속한 결단과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그 무렵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하고 있었다. 시가로 약 27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이었다. 
 
가만히 있던 삼성은 지난 5월31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상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은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10% 넘게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계속 매입·소각함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지고 있는 지분 합계가 10%를 넘어설 상황이 되자, 할 수 없이 내놓은 것이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은 첫째 ‘금산분리’ 원칙을 어겼다. 한 금융사가 특정 비금융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면 안 되지만, 이를 위반한 상태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삼성은 이 지분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이로 인해 숱한 논란과 우여곡절도 빚어졌다. 노무현정부 시기에는 삼성공화국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둘째로 비정상적인 보험업법의 비호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투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 가운데 적은 금액이다. 그런데 보유주식 평가방법이 상당히 특혜적이다. 은행과 증권사의 보유주식 가치는 시가로 평가되는 반면 유독 보험사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덕분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취득원가 5960억원으로 평가돼 전체자산의 3%를 넘지 않는다. 다분히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권은 일반화될 수 없다’는 법의 기본원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험사의 보유지분 평가방식을 시가 기준으로 변경하자는 요지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다시 제출됐지만,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다. 
 
최 위원장은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해왔다며 지난 5월31일 밝힌 바 있다. 삼성으로서도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로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이 시작됨에 따라 무언의 압박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결단을 내린다 해도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지분을 계열사가 매입하는 것이 무난하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은 시가로 약 20조원을 헤아린다. 상당히 큰 규모다.
 
최근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곳이 통합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삼성전자에 팔고,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다는 시나리오다. 지난 4월 하이투자증권에 이어 2일 KB증권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를 위한 핵심 근거지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더 사들인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더욱 보강하게 된다. 나아가서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도 보다 굳건해진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력하고 그럴듯한 해결방식이다. 그렇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런 구도가 불확실해졌다.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삼성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혹시 충격과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정부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과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할 의지만 분명하면, 순조로운 해결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정상의 상태를 종식시키겠다는 삼성의 의지다.   
 
차기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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