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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미국을 비난하는, 중국은 정의로운가
2018-07-09 14:31:33 2018-07-09 14:31:45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패권국과 신흥대국간의 ‘무역전쟁’의 막이 올랐다. 중국의 굴기를 그저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이빨 빠진 호랑이’같은 미국의 처지에 동조할 수도, 그렇다고 중국의 반격을 응원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처지다. 자칫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건 ‘고래바다의 새우’같이 나약한 우리나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강공드라이브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마치 자신들이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인데, 미국의 비합리적인 관세부과로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중국의 사드보복조치에 지난 2년 여 동안 롯데를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중국투자를 모조리 날렸고, 중국관광객들을 겨냥해 투자한 우리의 관광산업 인프라도 쑥대밭이 됐다. 그 덕분에 우리는 중국과는 공정한 무역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 아예 “미국이 어떤 의도가 있든지 간에 중국은 ‘불공정 무역’의 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미국의 관세부과조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우리는 미·중간의 무역전쟁에 대해 어느 편을 들 수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지만 자신들을 군사적으로 위협하지도 않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배치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까지 나서 ‘(사드기지에 대한)선제공격 불사’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군사적 협박까지 한 바 있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해서는 보호무역주의니,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라느니 운운하고 나선 데 대해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우리가 사드배치를 결정하고 난 후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의 대중무역을 압박했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소방점검 등의 다양한 비교역적 방식을 통한 제재로 결국은 문을 닫게 하기도 했다. 통관을 지연시키거나 자동차용 배터리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강화 및 비자 발급 제한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을 가해왔다. ‘유커‘들로 북적이던 면세점들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잘나가던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기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 우리는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인한 피해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세계 각국의 동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이 먼저 자유무역주의와 교역관행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관행적으로 자신들보다 덩치가 작은 나라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교묘하게 비교역적 방식의 무역규제를 가해 온 ‘중화주의’와 ‘대국주의’가 지금의 미·중무역전쟁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미국의 관세폭탄이 중국의 입장에서는 정의롭지 않은 ‘깡패’같은 행동처럼 받아들여진다면 중국이 그동안 우리나라에 가해왔던 불공정 무역관행과 압박들 역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걸맞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휘두르고자 하는 깡패 짓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에 했던 것처럼 중국은 지금 미국에 대해서도 ‘관세 맞대응’ 외에도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통관지연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보복에 나서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의 언급대로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있을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자는 미국과 중국 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다. 두 나라 모두, 보호무역주의 불을 당긴 당사자이자 불공정 무역의 원흉들이다. 무역전쟁의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이유가 있건, 중국의 ‘2025 굴기’라는 미래산업에 대한 견제라는 전략적 의미가 담겨있건 간에 결과는 두 나라는 물론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한 세계 무역질서의 파괴라는 참혹한 패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시진핑 중국 주석이 그토록 갈구하는 ‘중국몽(中國夢)‘도, 중화제국의 부활과 중국굴기도, 일장춘몽으로 전락할 것이다. 경제성장 없는 중국의 굴기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영도체제도, 위협받을 수 있다. 봉건시대 중국의 대국주의(大國主義)는 이웃나라와 소국에 대한 점령과 통치가 아니라 ’유교적 군신관계‘를 모델화한 것으로 포용과 관용의 정신이 깔려있었다.
 
이웃나라를 핍박하면서 미국에 맞대응하는 지금의 중국의 모습은 대국의 그것이 아니라 자칫 힘을 바탕으로 한 ‘폭발호’ 중국의 힘자랑을 연상케 한다. 세계가 중국의 굴기에 마뜩잖아 하는 것은 중국의 내로남불식 패권 또한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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