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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재시동…기아차 보유 지분 향배는
모비스 인적분할 후 정의선 부회장 소유 글로비스 지분과 맞교환 주목
2018-08-08 15:38:46 2018-08-08 16:27:02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재시동에 나선 가운데, 기아자동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확보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모비스를 지배구조 정점에 놓는 기존안을 바탕으로 수정안을 만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모비스 인적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대신 정 부회장 소유 글로비스 지분으로 기아차 소유 모비스 지분(16.88%)을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모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만 6.96%를 보유 중이고 정 부회장 지분이 없다.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기아차 소유 모비스 지분 가치는 약 3조6700억원,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3.29%) 가치는 약 1조1900억원으로 차이가 커 주식 맞교환은 어렵다. 때문에 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존속법인의 주식수를 줄이고 가치가 비슷해진 상태에서 교환을 통해 정 부회장이 모비스를 지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이 모비스를 지배하면 현대차를 비롯한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정 부회장이 모비스를 책임경영하고 모비스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실행에 나서는 체제를 구축한다. 
 
또 기아차가 모비스 지분을 소유하지 않게 되면서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 하나가 자동으로 끊어진다. 순환출자 해소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목적 중 하나다. 정부는 순환출자를 통한 대기업의 계열사 지원이나 동반 부실화 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했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자발적인 해소를 요구해 왔다. 현대차그룹에는 총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 가장 복잡한 고리는 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로 얽혀 있다. 모비스→현대차→글로비스→모비스, 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도 있다. 때문에 글로비스나 현대제철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정 부회장이 추가 매입해 지배력을 높이는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소유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공정위가 이달 내놓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율 요건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고됐는데, 정몽구 회장 지분만 남는 글로비스는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규제 리스크 해소에 초점을 둔 시나리오는 모비스 인적분할 후 기아차의 존속 모비스 지분과 대주주(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을 스왑하는 것"이라며 "시간의 촉박함을 감안할 때 현대차그룹은 모비스 인적분할 구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현대차그룹은 안팎으로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80세로 고령인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준비해야 한다. 공정위를 앞세운 정부의 재벌 규제 강화 기조에도 대응해야 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 대기업 총수일가들이 주력·핵심 계열사 주식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빨리 매각해야 할 것",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조사와 제재의 대상이 될 것" 등의 발언을 통해 현대차를 비롯한 재벌 기업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안에 수정된 계획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해외 기관투자자 IR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공식 언급하기도 했다. 주총을 열기 위한 준비 시간도 필요하다. 다만 현대차그룹 측은 지배구조 개편 수정안 발표가 임박했다는 8일자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가 아닌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내세워 개편하려는 이유는 미래 사업확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최근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체제는 자회사와 공동으로 M&A를 추진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타기업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상 지주사는 총 자산이 5000억원을 초과하고 자회사 총 주식가액 합이 자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려면 모비스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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