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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대북 신뢰 무너뜨리는 경기도
2019-04-15 06:00:00 2019-04-15 06:00:00
“북에다 물자를 보내기 위한 통로는 육로와 해상입니다. 해상로는 한국 물품을 평택항 혹은 인천항에서 대련항으로 보내 환적한 뒤 대련에서 남포로 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루트는 3~4개월 걸립니다(민간 대북지원 관계자).”
 
“밀가루 등을 중국 단둥을 통해서 북으로 보낼 계획입니다. 밀가루는 중국에서 사야 합니다. 경기도에서 보낸다고 해도 중국에서 환적을 거부합니다. 중국 물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경기도 관계자).”
 
누구 말이 맞을까?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난 2월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남한과 소통채널을 가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 차원에서 방침이 세워지지 않아 현재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대북사업 역시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북한과의 연결고리는 단절됐고, 사실상 독자적 정책 수행이 불가능한 형국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최근 4월 안으로 북측에 밀가루와 묘목을 보낸다고 밝혔다. 밀가루는 북녘에서 국수로 또는 수제비로 만들어 굶주린 어린이들에게 끼니를 제공할 귀중한 식재료다. 금액으로 따지만 10억원 상당이다. 문제는 현재 육상과 해상 모든 지점에서 물자 반출이 정지됐다는 점이다. 실제 대북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들 역시 현재 지원하던 물자들의 발이 묶여 안타까워 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육로와 해상이 모두 열리면 좋겠지만, 개성이 막히고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해상만 열린다고 해도 우려는 상존한다. 경기도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장 배편으로 물자를 이동해도 3개월이 소요된다. 당장 보낸다고 해도 7월에야 북측에 도착한다. 한여름 폭우 등으로 해상 기상이 악화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식자재 등의 인도 시기는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시간 흐름 속에서 북측의 아이들은 더 많은 시간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게 된다는 대목이다.
 
남북이 분단된 현실이지만 아이들은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전쟁의 후유증, 그리고 정치적 논쟁은 어른들의 몫으로 남겨두자. 지금은 아이들의 먹을거리만이라도 통용될 수 있는 시대적 사명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우리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북녘의 아이들도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겨레의 생명들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현실화 가능성이 낮음에도 호언장담하는 경기도가 방해꾼이 되고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일성이다. 북측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물품들을 제 때 보내지 못하면서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 등 한국의 모든 대북 사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대북 사업도 결국 신뢰가 핵심이다. 경기도가 무너뜨리고 있는 대북 신뢰 때문에 북측 아이들의 인생도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조문식 사회부 기자(journalm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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