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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해체' 윤석열 통일부…한반도 관리 포기했나

정원 600명 중 80여명 감축 대규모 구조조정…북 정보분석·인권 초점

2023-08-03 06:00

조회수 : 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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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는 대북지원부가 아니다'라고 질타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통일부가 사실상 해체 수준의 조직개편에 나섰습니다. 정부조직법으로 명시된 통일부의 남북·교류 협력 임무를 대폭 축소하고 북한 정보 분석과 인권 분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는데, 통일부 사무를 불능사태로 만들고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를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차관주도 조직개편?…윤 대통령 의지 반영
 
통일부 조직개편안은 지난달 31일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이 현충원 참배로 첫 업무를 개시하기도 전인 28일 외교관 출신인 문승현 차관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문 차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의 만남을 자청해 조직개편안을 공개했는데, 윤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담긴 개편안을 '대리'로 발표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옵니다. 특히 대통령실이 통일부를 청으로 격하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문 차관이 밝힌 개편안에 따르면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교류협력국과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조직은 하나로 통폐합합니다. 실장급 부서 1곳(남북회담본부)과 국장급 부서 3곳을 합쳐 국장급 부서 1개로 축소하는 겁니다.
 
정부조직법 31조는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사실상 통일부 역할 자체를 허울만 남기는 개편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문 차관도 이를 의식한 듯, 기자들에게 "남북대화를 포기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게 아니라 조직이 유연성, 효율성을 갖는 게 맞다는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통일부 소속기관 정원은 600여명 수준인데,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정원의 15%인 80여명을 구조조정합니다. 고위직에서도 인사 변화를 예고했는데 총 6자리인 실장급(1급)을 4자리로 줄이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은 실장급 조직에서 국장급으로 낮춥니다. 하나원 축소에 대해 통일부는 탈북자 수가 과거에 비해 급격히 줄었기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정세분석국의 확대입니다. 교류·협력 기능을 축소한 통일부는 대북 정보분석 역량을 강화해나가기로 했습니다. 다만 국장급의 정세분석국을 실장급으로 확대하지는 않고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역할과 인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집니다. 통일부는 이미 지난 4월 조직개편에서 북한정보공개센터장을 신설한 바 있습니다. 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강화해야 할 부분은 정보분석"이라고 밝혔습니다.
 
납북자대책반도 장관 직속으로 신설합니다. 김 장관은 현충원 참배 후 "납북자·억류자 문제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라며 "변화된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업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이 있을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보분석 역량 강화와 북한 인권, 납북자대책반은 외부인사 수혈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장관과 차관,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을 모두 외부인으로 교체한 것의 연장선입니다. 
 
문 차관은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는 외부 인사를 과감히 영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주요한 외부인 영입이 거론되는 조직은 북한 인권을 다루는 인권인도실입니다. 인권인도실은 이미 지난 4월 인도협력국에서 인권인도실로 급이 격상되며 조직이 커졌습니다.
 
정보 분석 기능과 관련해서는 국가정보원 직원이 거론되지만 통일부 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이날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80명 좀 넘는 선에서 인력재편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남북대화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이 되면 이른 시일 내 재편할 기반을 마련하는 선에서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한반도 안정적 관리 포기한 '궤변'"
 
문재인정부 마지막 통일부 장관인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2일 성명서를 내고 "대북지원부 프레임으로 본심을 드러내더니 급기야 사실상 부처 폐지 수준의 조직축소를 공식화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은 "대선 과정의 통일부 폐지론부터 지금의 통일부 축소까지, 통일부의 고유성과 전문성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은 퇴행을 넘어 역사에 대한 쿠데타나 다를 바 없다""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도 남북대화를 추진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통일부를 때린다고 한반도 정세 관리능력을 상실한 무능을 덮을 수는 없다""북한의 도발도 문제지만, 이렇게까지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은 대중·대러 외교의 실패 역시 방증하는 것 아니냐"고 짚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고, 그 핵심은 결국 대화와 교류"라며 "그런데 (남북관계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통일부를 축소 개편한다는 것은 궤변이며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정부의 통일부가 정보 분석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에는 "통일부는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협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보를 취득하고 정보를 분석하는 곳"이라며 "대화와 교류·협력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정보 분석은 국정원의 역할이지 통일부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장관이 취임하기도 전에 문 차관이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는 "최근 윤정부 각 부처의 책임과 역할이 장관보다 차관 중심에 있지않나"라며 "그 현 주소를 보여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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