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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고리 1호기' 폐쇄되지만…사용 후 핵연료는 갈 곳이 없네

관련 법안 국회 표류…사용 후 핵 연료 옮길 처리장 아직 없어

2017-06-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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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국내 첫 상업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오는 19일 드디어 운전을 정지한다. 1978년 4월 첫 운전을 시작한 뒤 40년 만이다. 국내 첫 원전의 해체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고리 1호기에서 나올 사용 후 핵 연료 처리를 위한 법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아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를 확정했다. 원안위는 이 날 열린 제70회 회의에서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 이후에도 안전하게 유지·관리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 운영변경 허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기준 고리 1호기의 발전량은 477만MWh로 원전 전체 발전량의 2.9%, 전체 전력 발전량에서는 0.9% 수준으로 영구 정지 이후 전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 폐로에 즉시해체 방식을 사용한다. 일정 준비 기간을 거쳐 곧바로 해체하는 방식으로 안전밀폐관리 과정을 거치는 안전해체가 50~100년이 소요되는 반면 10~30년 사이 해체가 가능하다. 고리 1호기는 핵연료 냉각에 5년, 원자로 오염 제거와 해체까지에 15년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며, 총 예산은 6000억원이다.
 
문제는 이 핵 연료 냉각 이후다. 핵연료는 5년 동안 고리 1호기 안 수조에서 열을 식힌 뒤 모두 폐기물 처리장으로 옮겨야 하지만 아직 이 처리장은 부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사용 후 핵 연료 처리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 2028년까지 부지를 결정하고 2053년까지 완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여전이 표류 중이다.
 
학계 전문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에 대한 논의가 과거 정권부터 계속 미뤄오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중·저준위 폐기물 부지 선정에도 20년 이상 걸린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사성 폐기물은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나뉘는데, 원전 작업자들이 사용한 옷이나 장갑 등은 저준위로 분류되고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핵 연료가 고준위 폐기물에 해당한다. 2014년 완공돼 2015년 8월 부터 운영에 들어간 경주 방폐장에 중·저준위 폐기물이 보관중이며, 고준위 폐기물의 방사선량은 중·저준위 폐기물의 50억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고준위 방폐물은 현재 1만4000톤에 달하며 이들은 모두 원전 내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포화 상태에 이르는 곳은 월성 원전으로 2019년, 이후 한빛과 고리 원전 2024년, 한울 2037년, 신월성 2038년 순으로 포화가 예상되고 있다.
 
우태희 산업부 차관은 "지금 관리절차법이 통과돼도 2053년에 방폐장 건설이 가능하고, 고준위 방폐물 처리는 시급한 문제"라며 "이 법안이 하루빨리 꼭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전별 고준위 방폐물 저장용량.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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