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해 ‘정치 투쟁’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다만 청와대가 이 사태를 풀어갈 해결책은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내년 6월 퇴임을 앞둔 조 대법원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반면, 청와대는 안일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했다. (사진=뉴시스)
조 대법원장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2일 대법원 공보관을 통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주된 이유로 ‘재제청 요청 공문에 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은 점’을 들었습니다. 논란이 일자 23일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제청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정부 첫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지 않고 수개월간 침묵했습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4명을 추천했는데, 조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은 겁니다. 이 대통령은 김 고법판사를 선호했으나, 조 대법원장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서울고법 판사는 “조 대법원장은 표면적으로 김 고법판사 배우자가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란 이유를 들지만, 김 고법판사가 좌파라서 반대하는 것”이라며 “윤석열정부에선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지 않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조 대법원장은 7개월여 만인 지난달 18일 손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했습니다. 제청 전 청와대와 물밑 협상한다는 기존 관례를 깼단 점에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에 재제청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한 달 가까이 침묵하다 결국 거부 입장을 전하고 버티기에 들어간 겁니다.
조 대법원장이 발표한 입장의 내용과 시기,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 목소리가 큽니다. 먼저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이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조 대법원장 주장에 대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청권자인 대법원장은 임명을 제안·요청할 뿐,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임명권자는 언제든 요청을 반려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에 대해 헌법에 구체적으로 쓰여 있지 않다고 권한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건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다른 서울고법 판사는 “재제청 요청에 문제가 있다면 공문으로 보냈어야 했다”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통령이 해외 순방 나간 사이,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진 틈을 타 대국민 입장 발표를 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공을 넘겨받은 청와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없다는 분석입니다. 김 교수는 “조 대법원장은 손 부장판사를 제청한 걸로 끝이라는 것”이라며 “손 부장판사를 임명할 수도 없고, 국회로 보내 부결시키는 것도 웃기고, 조 대법원장을 탄핵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고,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완전한 평행선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에게 반격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직 법원장은 “청와대가 재제청 요청 이유를 명시하지도 않고, 대법관 추천위를 새로 꾸려야 한다는 합리적 법 해석도 무시했다”며 “조 대법원장은 마지막으로 ‘사법 독립’을 지킨다며 전부를 걸었을 텐데, 청와대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보다가 경적필패(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