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민낯)①홈플러스, 1.2조 배당·3.3조 자산매각…MBK식 LBO 실체
영업현금흐름 1조는 회계 착시…알짜 점포 3.3조 매각 후 빚잔치에 유동성 '부메랑'
소각 후에도 우선주로 지분 100% 방어…국회·전문가 "사모펀드 제어할 근본 대책 시급"
2026-09-27 14:02:13 ㅣ 2026-09-27 14:47:57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를 계기로 국내 사모펀드(PEF)의 무리한 차입매수(LBO)와 과도한 자본회수(엑시트) 방식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후 10년간 이어진 배당·자산매각 등 자본 유출의 민낯을 데이터로 조명합니다. 나아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LBO 차입 한도 200% 규제'의 실효성과 올바른 사후관리 대안을 점검하고, 토종 사모펀드가 단순한 재무공학을 넘어 피인수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진정한 '밸류업(Value-up)'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기업회생 국면에 접어든 홈플러스의 몰락은 단순한 이커머스 경쟁 밀림 현상이 아닌, 차입매수 구조의 필연적 결과로 나타납니다. 지난 10년간 홈플러스의 현금흐름표에 명시된 핵심 수치인 배당금 1조2129억원, 자산매각 3조3414억원, 연간 이자 3000억원은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분이 어떻게 자본 유출로 변질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27일 <뉴스토마토>가 홈플러스의 지난 10년간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MBK파트너스 인수 직후인 19기(2017년 2월28일 결산)부터 21기까지 단 3년 만에 사업회사인 홈플러스는 총 1조2129억원을 현금배당해 모회사(지주사)로 올려 보냈습니다. 각각 19기 6034억원, 20기 4882억원, 21기 1213억원입니다. 온라인 전환 등 대규모 인프라 재투자가 절실했던 골든타임에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아닌, MBK 측이 떠안은 인수금융(빚) 상환 등을 위한 재원으로 소진하며 기업의 미래성장동력을 훼손한 셈입니다.
 
자금 상환을 위한 알짜 자산 매각도 줄을 이었습니다. 19기부터 28기까지 우량 점포 매각 등 유형자산 처분으로 총 3조3414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23기에만 9728억원어치를 매각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자산을 팔고 매장을 월세(리스)로 전환하는 세일앤리스백을 수년간 반복한 결과, 27기(258억원)와 28기(58억원)에 이르러서는 팔 자산마저 부족해지며 유동성 위기가 닥쳤습니다.
 
 
밑 빠진 독 된 세일앤리스백
 
장부상 수치 이면에는 회계적 착시가 존재했습니다. 18기 316억원 수준이던 이자 지급액은 새 리스 회계기준(IFRS 16)이 도입된 22기부터 매년 3000억원 안팎으로 폭증했습니다. 장부에 찍힌 1조원대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실제 영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막대한 임차료가 재무활동(리스부채 상환 및 이자) 유출로 이관되며 생긴 착시였습니다. 회사가 번 돈 이상이 차입금 이자와 월세로 증발하는 전형적인 '밑 빠진 독'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사모펀드식 구조조정의 한계는 다른 피인수기업에서도 데자뷔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LBO 방식으로 인수된 네파 역시 차입금 이자 부담에 짓눌려 2025년 기준 부채비율 575%를 기록,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롯데카드 또한 장기적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고배당 정책과 자회사 분할 매각을 통한 단기 수익 창출에 치중하다, 조달비용 상승 리스크에 노출되며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된 법률적 분석은 이러한 기업회생절차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모순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대표)의 회생계획안 분석에 따르면, 당초 언론에 알려진 '기존 주식 전량 무상소각'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무상소각 대상은 보통주 243만여주에 국한되며, MBK 측(한국리테일투자)이 보유한 제1종우선주 58만여주 중 단 1주만 보통주로 전환될 뿐 나머지는 그대로 존치되어 감자 후에도 지분율 100%를 유지하게 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회생계획은 채권자 및 납품업체와의 고통 분담 형평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김 변호사는 "(회생계획상) 채권자는 개시 전 이자 850억원을 면제하고 상거래채권자는 11년을 기다리는데, 실질적으로 채무초과인 회사의 주주가 감자 후 지분 100%를 보유하는 결과가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현행 채무자회생법상 회생절차 개시 원인에 경영진의 중대한 책임이 있을 경우 3분의 2(66.67%) 이상의 주식을 소각해야 하지만, 실제 한국리테일투자의 주식 소각률은 63.26%에 그쳐 강행 규정 충족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기존 이사진의 분식회계 및 사기회생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향후 형사처분 결과에 따라 회생계획의 법적 정당성마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대주주 책임 원칙 지켜져야”
 
사모펀드의 무리한 자본회수에 대한 비판은 국회에서도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국정감사 보고서를 통해 "단기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PEF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정조준하며 "단기 수익 회수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기업회생 신청을 앞둔 2025년 2월에만 1808억원 규모의 단기채권을 발행한 논란 등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대처도 문제 제기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금융감독원이 PEF 운용사(GP) 검사를 연간 5개사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2024년 말 기준 운용 GP가 437개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연간 5개사 검사만으로 사모펀드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고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보다 근본적이고 엄격한 규제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처리하는 정부와 법원의 원칙, 나아가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채무자도 노동자도 일반 소비자도 아닌, 대주주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가장 무겁게 질 수 있도록 관리와 채무조정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 사모펀드가 부정적 결과를 낳는 것은 결국 한국 자본시장과 지배구조의 문제"라며 "우리가 어떻게 제도를 정비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맹수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자본시장의 파수꾼(워치독)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LBO 방식의 한계와 사모펀드의 무리한 자본회수가 향후 법적 판단과 제도적 제어를 통해 어떻게 수습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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