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성 월남…군, CCTV 10번 포착·2회 경고음에도 경계 실패
합참, '잠수복 귀순' 조사결과 발표…군 경계망 3시간 넘게 뚫려
입력 : 2021-02-23 12:45:36 수정 : 2021-02-23 12:46:3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할 당시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됐음에도 군은 8번이나 놓쳤고, 2번이나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이 북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해 식별될 때까지 3시간 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접경지역 군 경계·감시망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현장에 파견됐던 검열단의 현장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의 해안감시장비 확인 결과 북한 남성은 지난 16일 오전 1시5분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온 뒤 오전 1시38분까지 33분간 감시카메라 4대에서 5회 포착됐으며 상황실 모니터에 2차례 이벤트(경고음)이 울렸다. 하지만 상황실 감시병은 이를 놓쳤고 해당 부대에서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황 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오전 4시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북한 남성이 3회 포착됐지만 경고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인지하지 못했다. 이어 오전 4시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되어 근무자가 이를 식별하고 상황 보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고, 군은 9, 10번째 포착됐을 때 식별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이는 군 감시장비 최초 포착 이후 3시간여가 지나서다.
 
합참은 "상황간부와 영상감시병이 임무수행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철책 전방에서 이동하는 미상인원을 식별하지 못했다"며 "제진 민통소초 북방 7번도로상에서 미상인원 최초 식별 후 사단과 군단의 초기상황 판단시 엄중한 상황에 다소 안일하게 대응했다. 상황조치 매뉴얼을 미준수하는 등 제대별로 작전수행이 일부 미흡했다"고 경계 실패를 인정했다.
 
특히 이번 현장 조사에서 북한 남성이 오전 1시40분에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는 해당 부대에서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간에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며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미상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 남성이 6시간가량 헤엄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북한 남성은 모자가 달린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신고, 그 위로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착용했다. 합참은 월남 당시 해류가 북에서 남쪽으로 흘렀고, 귀순자가 어업에 종사했으며 잠수복에 두꺼운 옷을 입어 부력이 생성했을 가능성 등을 이유로 6시간 정도 충분히 수영해서 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합참은 "식별된 문제점을 기초로 과학화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하도록 하겠다"며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통해 이번 사건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전 제대 지휘관을 포함한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작전기강을 확립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의 임무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편성과 시설 및 장비 보강 소요 등을 분석해 임무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자 처벌 수위는 추후 국방부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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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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