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교체·통합정부' 대 윤석열 '무소불위·검찰권력'(종합)
이재명 "이재명정부 아닌 국민통합정부"…4년중임제 개헌 약속
윤석열, 통제받지 않는 '검찰' 선언…"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2022-02-14 17:57:50 2022-02-14 17:57:5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정치교체'와 함께 '통합정부'을 선언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해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권력구조 개편을 다짐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수사 지휘권을 없애겠다며, 예산 또한 검찰총장이 직접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를 언급하는 등 대수술까지 예고했다. 선출권력으로부터의 일체의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선언했다는 평가다. '문재인정부 적폐수사' 발언으로 정치보복을 예고한 데 이어 검찰공화국의 등장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 후보는 14일 오전 서울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정치교체·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제가 주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성찰한다"며 반성의 뜻을 밝힌 뒤 "적대적 공생이라 불러 마땅한 거대 양당 체제 속에서 우리 민주당이 누려온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념·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며, 진정한 국민통합을 달성해야 한다"며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연합해 국민내각으로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통합정부를 위해 필요하다면 '이재명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 중구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우선 "국민통합정부를 위해 가칭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제안한다"며 "국무총리 국회추천제를 도입하고, 총리에게 각료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또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5·18민주화운동과 환경위기 대응 책임을 개헌에 명시하고, 경제적 기본권을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며 지방자치 강화, 감사원 국회 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도 분산하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에 도움이 된다면 임기 단축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개헌 당시의 대통령은 개헌 헌법에 의한 출마가 금지된다. 아울러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위성정당을 금지한다는 약속도 했다.
 
이 후보가 정치교체를 강조한 것은 대전환 위기에 대응할 방책이기도 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정권교체론에 "정권이 아닌 정치를 교체해야 한다"는 명제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 이날 이 후보는 윤 후보를 '무능한 후보'로 규정하고, '검찰의 정치보복에 의한 폭압정치'를 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대선은)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 발전을 앞당기는 유능한 민주국가가 될 지, 복수혈전과 정쟁으로 지새우는 무능한 검찰국가가 될 지가 결정된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을 겨냥해 "정당한 촛불집회를 무법천지라며 표현의 자유를 부인하고, 정치보복과 검찰에 의한 폭압통치를 꿈꾸는 정치세력이 있다"며 "이들에게 권력을 쥐여주고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하는 건 정권교체일 수 있어도 '정의'일 수는 없다"라고 주장다.

윤 후보의 선제타력론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후보는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고,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안보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강력한 국방력 아래 공존공영하며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평화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기득권과 싸워 이겨온 변방의 정치인 이재명, 기득권에 빚진 것 없는 아웃사이더 이재명이야말로 진정한 정치교체 적임자"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시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사법제도와 법집행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후보는 검찰공화국 등장을 알리는 망언으로 대조를 이뤘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제도와 법 집행 공약을 발표하면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법무부와 검찰청의 예산 편성 분리 △공수처의 독점적 지위 해소 등을 전격 제시했다.
 
윤 후보는 먼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에게 지휘·감독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며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와 별도로 편성할 방침"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겪었던 갈등에서 이 같은 공약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상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검찰의 독립성과 연계했다.
 
윤 후보는 공수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예고했다. 그는 "고위공직자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독소 조항을 폐지하고, 검찰·경찰도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능하고 정치 편향적인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폐지를 공약한 공수처법 조항과 관련해 윤 후보는 "2019년 조국 사건 이후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되기 전 추가된 조항"이라며 "공수처가 검경의 내사·수사 첩보를 이관받아서 깔아 뭉개면 국가의 권력 비리에 대한 사정 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공수처 폐지'까지 언급했다. 그는 "(공수처에서)문제점이 계속 드러날 경우 공수처 폐지를 추진하겠다"며 "공수처가 계속 이렇게 정치화된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야당 의원 거의 전원에 대한 통신사찰을 감행한다든지 하면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의 근본적인 회의를 바탕으로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윤 후보는 또 검찰·경찰의 수사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책임수사체제'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특히 경찰이 사건 송치 전에는 자율적으로 수사하도록 보장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하고, 불송치 사거의 경우 검찰이 세 차례까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은 더 수사해야 한다고 보는데 경찰은 더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 검경협의체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한 뒤 그 사건을 검찰로 이관해 검찰의 직접수사가 제한된 범죄라 해도 더 들여다보고 소추할 수 있으면 소추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럴 경우 검찰이 사실상 모든 범죄 수사에 있어 경찰을 지휘하게 된다.
 
윤 후보의 공약에 대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즉각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민주공화국 예스(YES), 검찰제국 노(No)"라고 썼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윤 후보는 법무부장관의 검찰 지휘권도 무력화시켜 법무부 위의 검찰, 무소불위의 검찰제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며 "대한민국을 공포 속으로 밀어 넣으려는 광기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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