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에 모인 이준석·이낙연…빅텐트 '군불만'
갈 길 먼 '이준석·이낙연' 신당 창당
연대 시사했지만, 원론적 대화만 오가
신당 파괴력 미비 전망…사표효과 우려도
2024-01-09 17:05:56 2024-01-09 19:33:59
[뉴스토마토 표진수·유근윤 기자]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 대표가 9일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공식적으로 연대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군불'만 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제3지대 신당이 창당되더라도 파괴력이 미비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9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유근윤기자)
 
빅텐트 물꼬 텄지만현실화까진 '산 넘어 산'
 
이 위원장과 이 전 총리, 금 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는 거대 양당 구조 타파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대표들의 첫 만남입니다.
 
현재 이 위원장의 신당은 오는 20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목표로 당원 모집을 통한 시도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오는 11일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창당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먼저 축사에 나선 이 전 총리는 축사를 통해 "거대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는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양 대표와 4시간 가까이 공개 대담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정치가 태동하기 위해 가야 할 지향점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양 대표의 모든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유근윤기자)
 
연대 시사했지만, 원론적 대화만
 
이 위원장과 이 전 총리 모두 공식적인 축사 자리에서는 함께하겠다며 '제3지대 빅텐트' 가능성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일단 연대에 대해선 문을 열어놓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연대에 대해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양향자 출판기념회 와서 축하하는 의미인 자리다. 제3지대 창당 등 정무적 해석 많을 텐데 다른 논의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 창당 추진위원장 3명(천하람·허은아·이기인)의 의사 없이 정무적 행동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도 제3지대 세력들과 협력 여부에 대해 "협력의 방식이 무엇이냐는 건 앞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은 있다고 생각한다"는 형식적인 이야기만 했습니다.
 
이 위원장과 이 전 총리가 '빅텐트'를 구성하더라도 상반된 지지층이 결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 이 위원장의 경우 팬덤(20·30대)은 있지만 지역 기반이 불투명한 데 반해, 이 전 총리는 지역 기반(호남)에 강성 친문이 결집되고 있는 만큼 신당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이준석(오른쪽부터) 전 국민의힘 당 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3지대 창당하더라도 파괴력 미비"
 
신당 창당하더라도 파괴력은 미비하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투표에 임하는 투표자들이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될 것을 우려해 실제로는 거대 양당에 투표하는 등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1월6~7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을 묻는' 질문에 이준석 신당은 5.7%, 이낙연 신당은 4.3%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44.5%, 국민의힘은 35.2%로 나타났습니다.
 
중도층에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지지율도 각각 6.5%와 4.1%에 불과했습니다. 또 이준석 신당은 보수층에서, 이낙연 신당은 진보층에서 각각 7.1%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의 '결합·연대'에 대한 찬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9%는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찬성한다는 입장은 19.8%였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보다 실제 선거에서는 (득표율이) 못할 수 있다"며 "사표 효과에 대한 고려를 유권자들이 하기 때문에 훨씬 더 양당에 수렴할 가능성이 많다. 파괴력은 지금 여론조사로 나오는 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당 창당에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는데요. 신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다"라며 "역대 성공한 신당들을 보면 지금만큼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역대 성공한 제3당으로 꼽히는 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통일국민당, 고 김종필 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창당했던 국민의당입니다. 
 
그는 "중도층은 역으로 가장 정치적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라며 "중도층이 투표장에 가면 오히려 양당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표진수·유근윤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