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배출 '초비상'…의정갈등, 최악 땐 '1년 더' 간다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국시 접수
정부 유화책 제시에도 현장 분위기 '싸늘'
2024-07-22 17:20:15 2024-07-22 18:33:5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무색하게 당장 내년 의사 배출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일괄 사직처리 후 현장 복귀가 가능하도록 특례 적용 카드까지 내놨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의료현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한 공고가 시작됐습니다. 당장 의대 교수들마저 하반기에 모집된 전공의들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나서면서 의·정 갈등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버티는 전공의들…충원 거의 안 될 듯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이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합니다. 전공의는 통상 3월과 9월에 걸쳐 두 차례 모집하는데요. 개별 병원들이 채용절차를 완료하면 최종 합격자들은 오는 9월1일부터 수련에 들어가게 됩니다. 수련병원들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은 7707명으로 전공의 이탈자 수인 7648명을 커버하는 수치입니다. 
 
앞서 정부는 오는 9월에 돌아오는 전공의들에 한해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행 수련지침상 전공의들은 수련을 받다가 도중에 사직하면 1년 이내 같은 동일 진료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유화책을 제시한 건데요.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합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정부가 2월에 의료계와 협의없이 의대 증원 확대 결정타를 날린 이후 의료 시스템은 사실상 무너진 상태"라며 "전공의들의 지원 규모는 두 자릿수도 안 되거나 많아야 세 자리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집인원이 7707명인데, 100명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인데요. 사실상 충원이 거의 안 될 것으로 본다는 얘기입니다. 
 
이날 응시 접수가 시작되는 국가시험도 파행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현재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와 이듬해 1월 필기에 모두 합격해야 하는데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2일부터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접수하지만 내년도 국시를 치러야 할 의대 본과 4학년 대부분은 이미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최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가 '국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사진=뉴시스)
 
교수들마저 지도 거부…의료공백 장기화 우려
 
일부 의대 교수들 사이에선 하반기 모집된 전공의들의 교육을 거부하겠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습니다. 사직한 전공의들 자리에 새로운 전공의를 뽑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데요.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결국 정부 명령대로 세브란스 전공의는 일괄 사직 처리됐고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정원)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세브란스 전공의가 사직했더라도 그들의 자리를 비워두고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지원하고 지지할 것"이라며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작금의 고난이 종결된 후 (전공의들이) 지원한다면 이들을 새로운 세브란스인으로 환영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 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가톨릭대 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들도 성명을 통해 하반기 입사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 지도 거부한 상태입니다. 이들은 지난 20일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해 지도 전문의를 맡지 않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후반기 전공의에 지원하는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런 의사를 미리 밝힌다"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진료하는 중증 질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전환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르지 않을 경우 매년 약 3000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당장 끊기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대형병원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이 사라지면 자연히 전문의 배출이 밀리는 악순환이 발생해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의료공백 사태로 인한 환자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수련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매번 전공의가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아직 버틸 힘이 있는 것 같다"며 "복귀 안한 전공의들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진로를 본격적으로 결정하는 시기가 되려면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의료공백)이 1년은 더 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용 휠체어 뒤로 환자가 바람을 쐬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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