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때문에…대신증권, '구조조정' 해프닝
2024-08-01 06:00:00 2024-08-01 09:08:14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대신증권(003540)이 최근 진행한 경영전략회의에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관한 강연을 진행해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대신증권 노조는 사실상 사측이 구조조정을 시사, 지점장급 이상에 대해 정신교육을 시킨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사측은 정리해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반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서 '구조조정' 강조 논란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 12일 위례연수원에서 '2024년 하반기 Daishin Financial Group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대신금융그룹 관계사 오너, 최고경영진, 임원, 부서장(지점장) 전체가 모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날 오전 시간 상당부분은 외부 강사의 강연으로 채웠는데요. 정리해고 관련 필요성이 부각됐습니다. 초빙 강사는 '스트롱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사례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대해 반복적으로 역설했다는 전언입니다.
 
사무금융서비스노조 대신증권지부는 노조 게시판에서 "100여분간 진행된 외부강사의 '정리해고' 사례를 적극적으로 말하는 공세적인 발언에 부서장과 지점장들 조차 굉장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현장 분위기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을 듯 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의 저서 '리더의 각성' 표지.
 
외부에서 초빙된 해당 강사는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으로 책 '리더의 각성'의 저자입니다. 리더의 각성은 강한 리더십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는데요. 저자는 최근에도 구조조정에는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대신증권 "정리해고 불가능" 
 
현재 증권업계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경우에는 자기자본 3조원을 확충하고 10번째 종투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향한 잰걸음을 딛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지난 3월 23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을 발행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청을 위한 자격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했습니다.
 
대신증권의 실적만 놓고 보면 구조조정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진 않다는 평가입니다. 대신증권의 5년간 당기순이익 추이는 △2019년 940억원 △2020년 1470억원 △2021년 6158억원 △2022년 1317억원 △2023년 1358억원 순으로 집계됩니다.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이익 수준 등 실적만 놓고보면 구조조정이 절실한 경영 상황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사실상 증권업계의 특성상 구조 조정이 진행 중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현재 증권사 대부분이 그렇듯 대신증권 역시 지점 통폐합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 지점수는 3월 말 기준 40개로, 전년 동기 대비 3곳 줄었습니다. 10년 전에는 77곳이었던 점포는 5년 전인 2019년 49개로 꾸준히 줄어든 모습입니다.
 
지점 감소와 더불어 대신증권 직원수도 지속적인 감소세입니다. 지난 1분기 대신증권 직원수는 140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대신증권 직원수(임원제외)는 △2019년말 1507명 △2020년말 1451명 △2021년말 1483명 △2022년말 1482명 △2023년말 1423명 등으로 나타납니다.
 
점포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업무직 직원을 영업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상황이 이러한데 경영전략회의 주제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선정한 데에 대해 직원들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신증권 사측은 강연 주제 선정에 의도가 담기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번 강연은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한 트렌드 강연이었을 뿐"이라며 "노조 측에서 전체 강연 내용 중 일부만 떼어내 억측과 비약이 담긴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 관련 부분은 강한 리더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고 부연했습니다. 
 
대신증권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의 외부 강사 강연에서 '구조조정' 내용이 강조되 논란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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