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거센 반발에도…정부, 나홀로 '의료개혁'
27년까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추진
전공의 수련 개편·환자 회송 내실화…3조 투입
2024-08-21 17:19:45 2024-08-21 18:28:14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의정 갈등이 반년을 넘어가는 와중에 정부가 의료개혁에 속도를 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더 이상 의료개혁을 지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데요. 빠르면 이달 말 발표될 의료개혁 1차 실행계획의 밑그림이 공개됐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을 '응급·중증' 환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시범사업 추진이 핵심인데요. 다만 시범사업 추진에만 3년이 소요될 예정인 데다 의정 갈등으로 병원들의 참여 가능성도 미지수여서 최종 '개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의료계 반발' 아랑곳 않고…정부, 개혁 속도전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 4월25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를 공식 출범시킨 후 그동안 논의해 온 내용을 공개하는 자리로, 의료개혁의 밑그림인 셈입니다. 정부는 공청회를 거쳐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의료개혁 1차 실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핵심 내용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인데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빠른 의료 성장 이면에는 병상 확장과 진료량 늘리기 집중 등 문제가 있던 게 사실"이라며 "서울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화되면서 지역의료를 약화시키고 1,2차 의료기관의 성장을 막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최근 의료공백 등의 문제가 새로 발생했다기보다 지난 30여년간의 의료개혁이 지체된 영향으로 보고 있는데요. 현재 전공의 중심인 상급종합병원을 전문 인력 중심 체계로 전환해 비중증 진료를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개한 개편안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올해 하반기부터 3년간 시행됩니다. 현행 의료체계상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불과한데요. 중증환자라고 볼 수 있는 환자의 기준을 넓히고, 병원이 중증환자를 3년 안에 60%까지 높이면 이에 대한 평가를 통해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식입니다. 
 
전공의 수련 체계를 개편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병원에 맞는 수련체계를 갖추기 위해 다기관 협력 수련도 계획 중인데요.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해 진료량을 늘리면서 수익을 낸 구조였기 때문에 이를 변형하려는 취지입니다. 
 
진료의뢰·회송 내실화도 추진합니다. 환자의 중증도에 맞게 전원하는 체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료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건데요. 병원급을 10개 이상 네트워크로 묶어서 안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부는 해당 시범사업에 총 3억원을 투입할 방침인데요. 중환자실 및 입원료 보상에 1조5000억원, 중증수술보상에 5000억원, 사후보상에 1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및 의료공급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의료개혁 로드맵 초읽기…최종까진 '첩첩산중' 
 
이번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11개 권역 내 진료협력병원이 함께 신청해야 진행될 수 있는데요. 현재 의정갈등으로 정부와 사이가 틀어져 있어 병원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등이 예입니다. 하지만 참여병원이 예상보다 적었는데요. 
 
전공의가 여러 의료기관을 돌면서 수련하는 ‘다기관 협력 수련'도 지난해 이미 비슷한 취지로 시행됐지만 참여율이 저조해 시범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유정민 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의정갈등이 있다 해도 개별 의사들이 참여하는 것과 병원 차원에서 참여하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다"며 "특히 병원 차원에서는 현재 전문의도 없고 진료량도 감소하는 등 어려움이 있어 진료를 유지하려는 요구가 있고 상급종합병원 전환은 정부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참여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해도 기간만 3년입니다. 시범사업이 완료된다 해도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요. 의료개혁은 윤석열정부의 '4대 개혁 정책 패키지' 중 하나로 정권이 바뀔 경우 연속성에 물음표가 찍힙니다. 
 
유정민 과장은 "의료 전달 체계 개편은 원래 가야 할 방향으로 계속해서 고민해 왔던 부분"이라며 "다만 시급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 계기가 마련된 만큼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작업을 시범사업 초기에 마련하고 제도화 할 부분은 제도화로 연계해 실효성있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뒷받침하는 4개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요. 여야 정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법안 통과에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지난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아직도 의대 증원 인원으로 2000명이 적정하냐는 여야 간 공방이 지속됐습니다. 
 
정부 의대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지 반년이 지난 가운데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 및 환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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