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금융위 해체 힘 실리자 '편면적 구속력' 추진
2025-06-20 06:00:00 2025-06-20 08:30:25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위원회 해체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면서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탈 전망입니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간 소액 분쟁이 일어났을 때 금융사가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금융사고 소액 배상 의무화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가 내놓은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금융개혁 주요공약에는 편면적 구속력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정기획위는 금융개혁 주요 과제로 △가계부채 총량의 안정적 관리 기조 확립 △대규모 국민펀드 조성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독립성 대폭 강화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 검토 등을 선정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공약집에서 담겼던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독립성 강화'와 비슷한 무게감으로 금융개혁 과제로 선정된 것인데요. 국정기획위 보고서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구체적 방향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금융감독기구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배상)안을 소비자가 동의했다면 금융사는 이를 무조건 수용하는 법적 권한입니다. 국정기획위는 소액 기준으로 "소액사건 심판법상 소액금액 3000만원보다 적은 1000만원 또는 2000만 으로 할 수 있다"며 구체적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 개혁 과제 중 하나로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선정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이한주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위-금감원 상반된 견해 
 
금감원 관계자는 "편면적 구속력이 국정 과제로 꼽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과거 금융위의 반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금융사 반대 등의 여론 수렴을 거쳐 국회 차원에서 입법을 멈춘 것이지, 금융위 반대 때문에 제도 도입이 무산된 것은 아니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지난 2021년 문재인정부때 윤석헌 금감원장이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화두로 떠오른 바 있습니다. 당시 은행 등 금융사들이 키코사태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등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에 대해 불수용하거나 연장 요청을 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럴수록 소비자 피해 배상이 지연되고 분쟁조정의 실효성이 떨이지면서 편면적 구속력을 추진한 것입니다. 당시 민주당에서도 편면적 구속력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사건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의 조정안을 일반 금융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사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안에 대한 '재판상 화해' 효력을 갖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이 물러나고 금융위에서도 난색을 표하면서 편면적 구속력 도입 동력은 사라졌습니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재판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의문도 있다"며 "금융감독원 소비처가 있고 저희도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만 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편면적 구속력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은 입장이 갈렸습니다. 매 정부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원적 금융당국 체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위기관이면서 행정권을 갖고 있는데요. 금감원장이 주도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때마다 '월권'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2021년 문재인정부때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과 윤석헌(오른쪽) 금감원장은 각각 반대와 찬성으로 입장이 엇갈렸다.  (사진=뉴시스)
 
'금감위' 체제에선 탄력 
 
이재명정부에서 추진하는 정부조직개편에서도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는 금융위 해체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금융위의 감독정책 기능은 금감원의 감독집행 기능과 합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신설하는 것입니다. 과거 금융위 설립 전의 금감위 모델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던 과거에는 실질적인 감독 규정 제정권이 금감원에 있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 출범 후에는 금감원이 상위기관인 금융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의결기관인 금융위가 입법 논의나 규정 제정을 진행했습니다. 금감위가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재탄생할 경우 편면적 구속력 등 제도 개선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편면적 구속력 찬성 측은 △분쟁조정 실효성 제고 △전문성, 경제력 및 정보가 부족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대 측에선 △금융사의 재판청구권 침해 △분쟁조정 취지상 '합의'가 아닌 '강제'를 하는 것은 제도 취지 위반이라고 얘기합니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실질적인 보호 차원에서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사들이 분쟁조정이 아니라 소송으로 시간을 끌면 소비자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며 "편면적 구속력 제도가 도입되면 소송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비용적 시간적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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