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윤석열씨가 2차 소환 조사에 불응한 사이, 내란 특검팀은 윤씨의 혐의와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잇따라 소환하며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윤씨가 소환에 응하지 않고 버티기를 하는 동안 혐의가 더 늘어난 셈입니다. 윤씨가 7월5일 예정된 조사에 응한다면, 내란 특검이 그에게 더 많은 혐의에 대해 신문할 걸로 전망입니다.
내란 특검은 2일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동시에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윤씨의 소환 연기 직후 이뤄진 이번 동시 소환은 내란 및 외환 혐의 전반에 걸친 정황과 지시 체계를 정밀하게 추적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됩니다.
이날 오후 3시엔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유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인사입니다. 내란 특검은 유 장관이 국무회의에 불참한 사유와 당시 대통령실과의 소통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입니다.
2일 오전 내란 특검팀의 조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시스)
핵심 인물들 잇단 소환으로 압박 높이는 내란 특검
내란 특검은 한덕수 전 총리를 상대로 윤씨가 대통령에 재임할 시기 대통령실의 비상 상황 대응 체계와 관련한 내부의 정책 결정 과정, 계엄 검토와 관련된 지시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일부 국무위원들과 함께 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고검에 출석하면서 '참고인으로 왔느냐', '윤씨 직권남용의 피해자라 생각하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습니다.
안덕근 장관에 대해서는 산업정책을 통한 외화 유출 경로, 특정 기업에 대한 비정상적 특혜 의혹 등에 관한 사실관계가 주요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내란 특검은 안 장관을 통해 윤씨가 외환 흐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내란 혐의와 연계할 수 있을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전 총리와 안 장관의 진술은 특검에게 중요한 단서가 될 걸로 보입니다. 5일 예정된 윤씨의 2차 조사에서 특검이 제시할 구체적 질문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인물 모두 당시 국정 주요 현안에 직접 연루된 고위직인 만큼, 이들의 진술은 윤씨의 내란 및 외환 혐의 구조를 입증하는 핵심 정황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안 장관은 이날 오후 소환된 유상임 장관과 함께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특검은 두 장관에게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경위 등을 추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사진=뉴시스)
내란·외환 혐의 병행 수사…'국기문란' 판단 가를 열쇠
내란 특검은 윤씨를 1차 조사할 당시 핵심 쟁점에 대한 신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 조속한 2차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윤씨는 지난 6월28일 진행된 1차 조사에서 조사자 교체를 요구하며 약 3시간 동안 조사를 거부했고, 이후에도 출석 일정을 놓고 특검과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6월30일 브리핑에서 "윤씨 측의 출석 연기 요청은 수용하지 않았으며, 불응이 계속될 경우 법적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특검은 윤씨가 7월5일 오전 9시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절차에 돌입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의견서 교환이 곧 협의 절차'라는 입장을 유지, 윤씨 측의 '사전 협의 부족'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윤씨 측의 소환 불응은 오히려 특검에게 수사를 준비할 시간만 더 벌어준 셈입니다. 윤씨가 조사를 미루는 동안 내란 특검은 관련 진술과 물증을 보강할 수 있게 됐고, 이런 점은 향후 조사에서 윤씨에게 훨씬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내란 혐의가 적용될 경우 이는 단순한 정치적 공방을 넘어 헌정 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 됩니다. 내란죄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해집니다.
특검이 외환 혐의까지 함께 수사 중인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외환 관련 혐의는 특정 기업이나 인사를 통한 불법 해외 송금, 외환거래법 위반, 국가 경제 질서 교란 등의 행위가 포함됩니다. 특검은 이를 통해 국가 경제 주권이 침해됐는지, 그리고 해당 결정에 윤씨가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적하고 있습니다. 외환 혐의 역시 내란 혐의와 마찬가지로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됩니다.
한편, 윤씨는 특검이 통보한 7월5일 오전 9시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출석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윤씨 측 변호인단은 이날 "출석 요구에 응할 것"이라며 "정각에 도착하진 못하더라도 10~20분 늦게 출석해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출석을 피하는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서 진술한다는 입장"이라며 "불출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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